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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 시

[명시]신록 / 서정주

 

신록 / 서정주

 

어이 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 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애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나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고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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