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5939)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초승달이 질 때 / 허세욱 초승달이 질 때 / 허세욱(許世旭) 소쩍새가 피를 쏟듯 구슬프게만 울던 늦은 봄 초저녁으로 기억된다. 산과 산이 서로 으스스하게 허리를 부비고 그들끼리 긴 가랭이를 꼬고 누운 두메인지라 해만 지면 금시 어두워졌고 솔바람이 몰고 오는 연한 한기로 미닫이를 닫어야 했다. 40리 밖 읍내.. [좋은수필]아름다운 소리들 / 손광성 아름다운 소리들 / 손광성 소리에도 계절이 있다. 어떤 소리는 제 철이 아니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 또 어떤 소리는 가까운 곳에서 들어야 하고 다른 소리는 멀리서 들어야 한다. 어떤 베일 같은 것을 사이에 두고 간접적으로 들어야 좋은 소리도 있다. 그리고 오래 전에 우리의 곁을 떠난 .. [좋은수필]부끄러움 / 윤오영 부끄러움 /윤오영(尹五榮) 고개 마루턱에 방석소나무가 하나 서 있었다. 예까지 오면 거진 다 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이 마루턱에서 보면 야트막한 산밑에 올망졸망 초가집들이 들어선 마을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넓은 마당 집이 내 진외가로 아저씨뻘 되는 분의 집이다. 나.. [좋은수필]가난한 날의 행복 / 김소운 가난한 날의 행복 / 김소운 먹을 만큼 살게 되면 지난날의 가난을 잊어버리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가난은 결코 환영할 것이 못 되니, 빨리 잊을수록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난하고 어려웠던 생활에도 아침 이슬같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회상이 있다. 여기에 적는 세 쌍의 가.. [좋은수필]눈길 / 김애자 눈길 / 김애자 기온이 그렇게 갑자기 떨어지고 눈까지 내릴 줄은 몰랐다. 아침에 집에서 나설 때 까지만 해도 겨울날치고는 포근했고, 볕도 비교적 따사로운 편이었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바람이 일고 하늘에는 서서히 구름이 몰려오는가 싶더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하늘에는 알 수 없는 풍우가 있고 인생살이에는 예견치 못한 길흉화복이 있다던 말이 정언이었다. 때문에 길을 나서기 전에 일기예보는 필히 알아두어야 한다. 한데 해가 짧은 겨울철이라 새벽부터 부산을 떨고 나선 탓으로 일기예보를 듣지 못했다. 그랬다면 돌아오는 길이라도 서둘렀어야 하는데 산 밖을 벗어나면 늘 시간이 빠듯하다. 산골에서 구하지 못하는 마른 찬거리며, 생활필수품 따위를 챙기는 것도 만만치 않으나 그보다 걸음을 더디게 하는 것은 친.. [좋은수필]청통형님 / 백금태 청통형님 / 백금태 청통형님이 울었다. 서럽고 외롭다며 꺼이꺼이 울었다. 그 울음은 가슴 저 밑바닥에서 울려나오는 속울음처럼 처연했다. 시집의 오 남매가 중국 운남성으로 여행을 떠난 길이었다. 일행은 칠순을 훨씬 넘긴 큰 시숙 내외분과 큰 시누이 내외분, 회갑을 맞으신 둘째 시숙.. [좋은수필]탱자나무 도둑 / 이윤기 탱자나무 도둑 / 이윤기 내 질녀가 시집간 날 우리 형제들이 대구 집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 7남매, 종형제 5남매, 제종형제 5남매에 그 배우자까지 모두 자리하니 30여명이 되더군요. 맨 꼬래비인 내 나이가 조선 나이로 쉰두 살이 됩니다. 그 자리에 모인 형제들 나이를 합해 보니 간단.. [좋은수필]너를 만나 깨달음을 얻었노라 /구활 너를 만나 깨달음을 얻었노라 / 구활 “내, 너를 만나 깨달음을 얻었노라. 황진이, 너는 나의 경전이며 염불이다. 너는 내가 찾고 있던 부처의 산 모습이다.” 송도 기생 황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 속에 조연으로 등장하여 항상 피탈칠만 당하는 지족 선사의 속마음을 헤아려 본 .. 이전 1 ··· 735 736 737 738 739 740 741 ··· 7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