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5939)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쇠똥구리 / 민명자 쇠똥구리 / 민명자 쇠똥구리는 이름처럼 똥을 굴린다. 그러나 이름처럼 쇠똥만을 굴리지는 않는다. 말똥도, 코끼리 똥도, 초식동물들이 싼 똥은 모두 굴린다. 제 몸무게의 오륙십 배나 되는 똥을 굴리며 먼 길을 가고, 똥에 알을 낳고, 알에서 깬 애벌레는 똥을 먹고 자라 종족을 번식시킨다. 똥은 쇠똥구리의 밥이고 집인 셈이다.폐지를 줍는 이가 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연말 분위기로 흥청대는 서울 명동, 밝은 동네의 어둑한 골목에 폐지를 가득 실은 리어카가 내 앞으로 가고 있다. 리어카 키의 두 배가 훨씬 넘게 묶인 헌 박스들이 앞을 가려 리어카를 끌고 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이지 않는다. 리어카가 그냥 혼자 걸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폐지는 사람들이 쓰고 버린 물질의 똥이다. 폐지를 줍는 이에게.. [좋은수필]강변에 살면서 / 설성제 강변에 살면서 / 설성제 여유를 가지고 가만가만 흘러가는 강이 아름답다. 강은 바람의 발자국으로 수없는 물결을 이룬다. 이른 새벽에는 안개를 피워 올려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준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목 어디쯤에 작은 섬들을 두어 풀들을 자라게 하고 새들이 와서 한가롭게 놀게도 한다. 늘 앞산의 그림자를 품어주고, 마주하는 하늘의 구름들까지 품어주며, 다가가는 것은 누구라도 마다하지 않는다.집 앞에는 강이 있다. 그 강은 영남의 명산인 가지산에서 발원하여 울산만으로 흘러가는 태화강이다. 이곳으로 이사를 온 것은 강가의 마을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강변은 다듬어진 산책로가 있고 운동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많은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었다.사계절 내내 강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혼자서 생각에 잠긴.. [좋은수필]날파리 한 마리 키우며 / 정태헌 날파리 한 마리 키우며 / 정태헌 병원 문을 나서 계단을 내려오다 층계참에서 걸음을 멈춘다. 귀청을 맴도는 의사의 말 속에서 그 새 한 마리가 푸드덕 날아올랐기 때문이다."이건 비문증飛蚊症이라고 하지요. 눈을 많이 쓰면 나타나는 날파리 증세입니다. 안약을 넣어도 별 효과가 없을 게요. 그대로 사십시오, 완치가 어려우니. 큰 병원에 가면 수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안과 의사는 처방이 없다 하면서도 애매한 결론을 내린다. 의사의 말 속에서 날아오른 날파리가 그동안 가뭇없이 사라졌던 그 새를 불러들인 것이다.옛적 초등학교 시절, 우리 동네 고샅 들머리에는 술만 취하면 동네방네 왜장치는 봉수양반네 집이 있었다. 그 집 토담 안엔 키가 큰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가을이면 여문 주황빛 감이 .. 수필 강좌 안내 대구 용학도서관「흔적, 수필로 그리다」 수강생 모집강좌시간 : 매주 목요일 10:00~12:00강좌 기간 : 10월~12월방문 접수 ; 9월25일 09시~10월 10일 10시수수료 : 1만 원(도서관), 교재비 1만 원(강의실)개강 ; 2024년 10월 10일(목요일 오전 10시)월요일은 도서관 휴관, 접수 불가강좌 내용 : 자서전 쓰기에서 수필의 문학적 장치까지 (총 12강)접수방법 : 용학도서관 홈페이지-독서문화행사-정규강좌-온라인 수강신청-신쳥접수/문의 : 대구용학도서관 1층 데스크 방문접수(053-668-1721)강좌실 : 용학도서관 창의 체험실 (4층)오시는 길 ; 대구 전철 3호선 종점(용지역)에서 5분시내 버스 ; 다수 [좋은수필]기차 / 박시윤 기차 / 박시윤 기차는 언제나 앞만 향해 달렸다. 어디서 떠나와 어디로 향하는지, 어린 나에게 알려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기차가 떠난 철로 위로 허공을 검게 휘젓던 검은 탄가루가 보드랍게 내릴 뿐이다. 탄가루가 돈가루였던 문경의 산기슭을 돌아 기차는 쉼 없이 오고 갔다. 기차가 떠난 철로를 따라 온종일 놀다 보면 저녁보다 까만 탄가루들이 코 아래까지 따라 들어와 있곤 했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가 그러했다. 얼레리꼴레리를 연거푸 토해내며 까르르 넘어가던 웃음들이 삼십 년이 흐른 지금 붉디붉은 녹을 뒤집어쓴 채 고스란히 서려있다.싣고 들어온 사람의 수보다 실어 나른 탄가루의 양이 더 많았던 문경선의 기차들은 늘 환희에 찬 기적을 울려대곤 했다. 저녁 무렵 탄광의 일과를 끝내고 삽짝을 들어서는 아비들.. [좋은수필]유리새 / 최장순 유리새 / 최장순 세상은 문으로 통한다. 산다는 것은 열고 닫음의 연속이니 문을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모든 건축물에도 반드시 문이 있게 마련이니 그곳을 통과해야만 한다. 겨우 몸 하나 들일 토굴에도 거적문이 있고 개장에도 들고 나는 문이 있다. 한옥의 나무 문도 있고 아파트의 철제문도 있다.어떤 문은 기능에만 치중할 뿐 모양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창고 문이나 아파트 문이 그렇다. 한옥이나 단독주택의 문은 다양한 재료와 문양으로 치장을 한다. 기능 위에 아름다움을 덧얹음으로써 우리의 미감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삶의 질이란 기능만의 문제는 아니니까.하지만 문은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문밖의 사람에게 약간은 거부의 몸짓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아파트 문은 그 정도가 심한 편이다. 우선 단.. [좋은수필]잠재潛在 / 김병기 잠재潛在 / 김병기 중추신경계 약물의 LD(lethal dose)/50에 관한 실험시간. 실험 대상은 흰쥐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갈 정도의 크기에 새하얀 눈송이가 내린 듯한 털옷을 입고 있는데, 유독 그 튀어나올 듯한 눈망울은 루비가 쏟아질 듯 새빨갛고 초롱초롱하다. 피 실험 대상이 쥐라는 것에 잔뜩 혐오감을 가졌던 여학생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작고 귀여운 녀석들의 앙증맞은 자태에 매료되어 버렸다. 액세서리로 치장을 하듯 어깨 위에 올려놓기도, 상의 포켓에 넣기도 했다. 심지어는 남학생의 뒷덜미 속으로 집어넣는 짓궂은 장난도 서슴지 않았다.다섯 조로 나뉘어 실험은 시작되었고, 약물의 투여단위는 미리 계산된 최소 치사량과 최대 치사량 사이를 열 개로 나누었다. 각 단위별로 스무 마리의 쥐가 할당되었다.. [좋은수필]가만가만 도란도란 / 김인기 가만가만 도란도란 / 김인기 세상엔 이런저런 인연에 따른 모임들이 많다. 둘이나 셋이 모이는 것에서부터 백만이 넘는 군중의 운집에 이르기까지 그 규모도 제각각이다. 그 지향하는 바가 각기 다르니까, 이걸 두고 누가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나는 살면서 그 구성원들이 적은 모임일수록 더욱 알차다는 걸 알았다. 커다란 무리를 지어 소란을 떠는 게 이제는 내게도 거북한 것이다. 거기에서 돋보이고자 제 자랑이나 하고, 그게 내내 관행인 집단이라면 나는 그만 발길을 뚝 끊고 싶다. '나는 이런저런 실력자와 안다.'거나 내가 이렇게 대단했다.'는 따위의 소음이 들리면, 나는 짜증부터 난다.나는 소박한 자태로 아름다운 이야기나 도란도란 나누는 작은 모임을 좋아한다. 이게 당장 실천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이전 1 ··· 5 6 7 8 9 10 11 ··· 7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