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3 (1000)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돌탑에 이끼가 살아있다 / 김종희 돌탑에 이끼가 살아있다 / 김종희 <고인돌의 루트>를 따라 삶과 문화의 족적을 좇아가는 프로그램을 본다. 야산에 흩어진 돌의 군락을 고인돌로 밝혀내고 민족과 문화의 이동을 풀어가는 내용이다. 돌 하나에 우주를 담고, 그 속에 암호 같은 흔적을 해석하는 프로그램을 볼 때면, 내 .. [좋은수필]자유의 크기 / 권현옥 자유의 크기 / 권현옥 초지대를 안으로 집어넣고 또 몇 개의 대를 밀어 넣은 낚싯대처럼, 단단한 것을 가슴에 묻어두었다. 언젠가는 그것을 쭉쭉 뽑아서 흔들어댈 거라고, 그렇게 화려하게 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용기를 내면 될 거라고. 바람이 조금 불고 햇살이 그런대로 있는 날, ‘자.. [좋은수필]고욤 / 이정연 고욤 / 이정연 고욤 맛을 안다는 것은 겨울밤의 서정을 안다는 뜻이다. 차가운 밤바람 속에 이마를 내밀고 깔깔거리며 언니와 고욤씨를 내뱉던 추억, 누구 고욤 씨가 더 멀리 날아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고욤씨는 뱉는 족족 하얀 눈밭에 깊이 박혀 버렸으므로. 고향집의 그 늙은 고욤.. [좋은수필]근채삼덕(芹菜三德) / 김소희 근채삼덕(芹菜三德) / 김소희 땅 밑을 흐르는 개울물 소리는 태동하는 생명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계절이 바뀌는 소식은 물론 신비로운 소식도 그 속에 다 들어있는 듯하다. 천지가 꽁꽁 얼어붙는 시각에도 파란 불 밝혀놓고 환희의 몸짓으로 길손을 맞이하는 미나리가 그런 기분에 젖게 .. [좋은수필]쑥국을 끓이면서 / 한경선 쑥국을 끓이면서 / 한경선 봄인데 봄이라고 말할 수 없는 계절의 길목이 있다. 봄이 시작되는 날짜를 알 수 없으니 남녘 꽃소식에 귀를 세우고, 새싹과 꽃눈을 살피며 봄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쑥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봄의 키를 재다가 손가락 두 마디만 하게 쑥이 올라오면 쑥국을 끓여.. [좋은수필]발걸음 소리 / 조이섭 발걸음 소리 / 조이섭 길을 걷는 것은 인생살이와 많이 닮았다. 그래서 인생을 나그넷길이라고 하는가 보다. 아기가 돌 무렵이 되면 엄마 아빠의 축복을 받으며 첫걸음을 뗀다. 그렇게 시작한 걷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몸짓이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길을 제각각의 걸음으로 걷다가, .. [좋은수필]배신 / 최재남 배신 / 최재남 막 문자를 보내려던 참이다. 사무적으로 보낸 앞의 문자가 걸려서 <아침부터 한 건 했네요. 조금 가다릴 걸 서두르다보니 불편을 드려>, 거기까지 쓰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방금 통화한 보험회사 직원이다. 그쪽에서 손가락을 다쳤다고 하는데 맞느냐고 묻는다. 네.. [좋은수필]佛影寺에서 / 목성균 불영사(佛影寺)에서 / 목성균 태백산맥을 넘어 불영사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늦가을 짧은 해가 정수리를 넘어가 있었다. 깊어진 가을, 산사의 정취가 더욱 고즈넉한 때에 맞추어 도착했다. 스산한 바람에 집착執着처럼 매달려 있던 마지막 잎새가 지는 경내境內를 조용히 움직이는 여승.. 이전 1 ··· 31 32 33 34 35 36 37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