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3 (1000)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 유정림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 유정림 두려움보다 빠른 걸음으로 진통은 찾아왔어. 이유도 모른 채 대지에 던져진 이후로 가장 정직한 고통과 마주한 거지. 지구본처럼 부풀어 오르는 배를 보고 눈치를 채야 했어. 대지의 음란하고 성스런 비밀이 어둠을 뚫고 심장에 박혔을 때. 그 때가 시작.. [좋은수필]전복顚覆 / 김은주 전복顚覆 / 김은주 젊은 치기와 늙은 달관이 한 몸에 존재한 백남준이 바이올린을 끌고 우주 밖으로 떠나갔다. 바이올린은 켤 수도 있지만 끌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몸소 보여준 그는 전복과 발칙함을 일생의 미덕으로 삼았다. 그는 흰 장미가 드리운 관 안에 배추 색 저고리를 입고 .. [좋은수필]목각의 눈 / 김정화 목각의 눈 / 김정화 정좌를 한 모습이 도도하다. 봉긋한 가슴을 드러내고 턱을 코끝으로 치켜 앵돌아진 표정에 배시시 웃음부터 나온다. 정수리 위로 틀어 올린 삼단 머리채 아래 잿빛 까슬한 살결을 만지며 온기마저 전해지는 듯하다. 처음에 이 목각을 어디다 두면 좋을까 하고 집 안을 .. [좋은수필]뻘 속의 생명들 / 김재희 뻘 속의 생명들 / 김재희 뻘 위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발아래는 깊이를 모르는 뻘밭이고 차에서는 새큼한 해금 맛이 풍기는 듯하다. 갈매기가 바로 눈앞까지 날아와 이마를 차고 갈 것 같고 청둥오리 한 쌍도 두려움 없이 발밑으로 기어든다. 바다와 맞닿은 강 하루 어느 찻집 구석에 앉.. [좋은수필]옹기와 사기 / 목성균 옹기와 사기 / 목성균 사기砂器나 옹기甕器나 다같이 간구한 살림을 담아 온 백성의 세간살이에 불과하다. 다만 사기는 백토로 빚어 사기막에서 구웠고, 옹기는 질흙으로 빚어 옹기막에서 구웠다는 점에서 근본이 좀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토광의 쌀독이 그득해야 .. [좋은수필]겨울 다리목 / 한경선 겨울 다리목 / 한경선 만선 깃발처럼 눈이 내리는 날, 대구 두 마리가 스티로폼 썰매를 타고 왔다. 얼음 속에 누워서도 서슬 퍼런 지느러미가 꼿꼿했다. 마치 사막을 건너고 산맥을 넘으며 치열하게 싸우다 돌아온 개선장군 같은 기개를 뿜어냈다. 비록 생명은 잃었지만 제가 걸어온 길에 .. [좋은수필]종소리 / 홍미영 종소리 / 홍미영 제 몸을 쳐야 소리를 낼 수 있는 종은 구도자 같다. 구도자의 길은 험하고 먼 길이다. 땅속 깊은 곳에 숨겨진 세월이 소리를 위해 밖으로 나오는 순간 선택은 고행의 시작이었다. 쇠는 변화하기 위해 지옥의 문을 수없이 넘나들어야 만했다.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본.. [좋은수필]비질 소리 / 강여울 비질 소리 / 강여울 방문을 여는 소리가 유난히 크다. 컵에 물을 따르는 소리, 물 마시는 소리, 빈 컵이 식탁에 닿는 소리, 소리들이 키를 세워 제 목소릴 또렷이 내는 새벽이다. 대문을 여는 소리가 아주 멀리까지 간다. 자동차가 지날 때마다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눕는 포도를 지나 산.. 이전 1 ··· 32 33 34 35 36 37 38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