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3 (1000)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꼬리를 흔들다 / 감아가다 꼬리를 흔들다 / 감아가다 영국의 성공회 지도자가 북극선교에 나섰다. 북극에는 성서변역집이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그는 북극 사람의 정서에 맞는 성서를 번역하기 시작했다. 성서를 번역하다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그들의 언어에 “즐겁다”, “기쁘다”라는 단어를 찾을 수.. [좋은수필]미운털 / 김잠복 미운털 / 김잠복 “딱 한 통만.” 여자는 오늘도 손가락 하나를 내보이며 한 통의 물만 받아 가겠다고 한다. 들어 볼 것도 없이 ‘노’다. 우리 집 대문 앞 수도꼭지는 옷을 홀딱 벗고 동네 것이 되어 있다. 길갓집인 데다가 대문까지 없으니 누구든 지나가다 제 것인 양 틀어댄다. 여름에.. [좋은수필]당신의 의자 / 이정림 당신의 의자 / 이정림 우리 집에는 의자가 많다. 혼자 앉는 의자, 둘이 앉는 벤치, 셋이 앉는 소파…. 언제부터 우리 집에 그렇게 의자가 많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다. 분명 소용이 있어서 사들였을 텐데, 정작 우리 집에는 한 개만 있으면 족하지 않던가. 사람들이 몰려오는 날이면 그것도 .. [좋은수필]풍경 속으로 / 정경해 풍경 속으로 / 정경해 전국적으로 일시에 내렸다는 폭설이다. 차창 밖은 온통 눈꽃천지였다. 십 수 년 만에 내렸다는 눈은 바라볼수록 부셨다. 수북이 쌓인 눈을 헤치고 바퀴자국이 또렷했다. 눈앞으로 난 두 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평행선은 시선 저 먼 곳까지 길게 이어졌다. 커브.. [좋은수필]잠시 천사 / 김아가다 잠시 천사 / 김아가다 병원 진료실 앞이다. 오십 대 중반의 여인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자지러지게 기침을 한다. 얼굴까지 벌겋게 부어올라 헉헉거린다. 물 한 모금을 내밀고 천천히 등을 쓰다듬어 주자 겨우 진정이 되는 눈치다. 온몸이 물에 젖은 솜이다. 식은땀을 닦으면서 .. [좋은수필]원 / 노혜숙 원 / 노혜숙 나는 원래 한 개 둥근 세포였다. 그때 어머니의 둥근 아기집은 얼마나 포근하고 아늑했을 것인가. 열 달 동안 안락한 유영을 누리다 나온 세상 역시 둥글었다. 우리가 몸담고 사는 지구며 이웃해 있는 행성들 그리고 나무에 매달린 열매까지 대부분 구체였다. 그뿐인가. 사람.. [좋은수필]빈 배에 가득한 달빛 / 맹난자 빈 배에 가득한 달빛 / 맹난자 우리 집 작은 방 벽면에 수묵화 한 점이 걸려있다. 사방이 겨우 한 뼘 남짓한 소품인데 제목은 <귀우도歸雨圖>이다. 조선조 중기 이정李禎이란 사람이 그린 그림의 영인본이다. 오른쪽 앞면에는 수초水草가 물살 위에 떠 있고 어깨에 도롱이를 두른 노인.. [좋은수필]굴비 / 임만빈 굴비 / 임만빈 굴비는 굽는 냄새를 풍기면서 먹어야 제격이다. 연기 속에 숨어있는 생선 굽는 비릿한 냄새가 에피타이저(appetizer)처럼 식욕을 돋운다. 변변한 반찬이 없던 시절, 굴비 하나를 구워 온 집안 식구들이 밥을 해치우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집들이 듬성듬성 떨어져 있어 굴비.. 이전 1 ··· 34 35 36 37 38 39 40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