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5 (997)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카르타고 / 주인석 카르타고 / 주인석 탈출의 끝은 또 다른 탈출이다. 탈출을 즐길 수 있다면 더 이상은 위기가 아니라 모험이다. 위기는 넘어야 할 고비이고 모험은 수용해야 할 유쾌한 행동이다. 그래서 탈출의 목적은 빠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영혼을 얻는 것이다. 정착도 아니고 편안함도 아니다. 새로운 동기요, 도전이며 성취다. 평온은 가장 다정한 모습으로 우리의 인생에 수갑을 채우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한다. 3천 년 전에도 그랬다. 지금의 레바논 지역, 티로스라는 나라에 디도 공주가 살았다. 티로스 왕이었던 공주의 오빠는 욕심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부자였던 공주의 남편을 죽이고 재산을 빼앗으려 했다. 공주는 어리석은 왕에게 복종하지 않고 북아프리카의 튀니지로 탈출했다. 포기와 도전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 [좋은수필]네 개의 꿈 / 조일희 네 개의 꿈 / 조일희 단체 알림방에 여행 공지가 떴다. 아랫녘에 사는 선배를 만나러 가자는 내용이었다. 평소 댓글을 잘 달지 않던 내가 재빨리 답을 올린 까닭은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어둑새벽, 맵찬 바람을 가르며 집을 나섰다. 이른 시간인데도 기차역은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분주함과 설렘이 섞인 역내 공기는 차가운 바깥 날씨와 달리 달큰하면서도 훈훈했다. 둘레둘레 돌아보는 나를 향해 일행 중 유일하게 구면인 C가 손을 흔들며 알은척을 했다. 남도로 떠나는 네 명의 여자는 나이도, 사는 곳도 다른, 공통점이라곤 늦깎이 학생이란 것뿐이다. 희붐한 빛을 앞세우고 기차에 올랐다. 올겨울 가장 춥다는 날씨 따윈 문제가 안 된다고 환한 얼굴이 물음에 앞서 답을 .. [좋은수필]막고굴에서의 깨달음 / 정목일 막고굴에서의 깨달음 / 정목일 굴을 판다는 것은 깊이, 몰두에 대한 집념의 행위가 아닐까. 자신만의 자각 공간, 사색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며, 영원 세계에 대한 갈망이 아니었을까. 실크로드 기행 중에서 사막 속의 막고굴에 가서 '굴'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어둡고 음침한 굴이 깨달음의 공간으로 다가왔다. 황하를 내려다보고 있는 병령사석굴炳靈寺石窟과 사막 속에 펼쳐진 돈황敦煌의 막고굴莫高窟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을 보았다. 폐쇄와 밀폐 공간으로서의 굴이 아닌 깨달음의 신성 공간으로 보였다. 세계 최대 불교미술의 유적지이자 보고寶庫로써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적으로 지정된 중국의 막고굴은 오랜 풍우에 빛이 바래고 마멸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굴속에 불상을 안치하고 흙담 위에 벽화를 그린 서기 366년부터.. [좋은수필]내 벗이 몇인가 하니 / 구활 내 벗이 몇인가 하니 / 구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란 그 말씀 너머에 자연이 존재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세파의 인정에 넌덜머리가 난 사람들은 더 이상 '사회적 동물'이기를 포기하고 도망치듯 자연 속으로 숨어들어 은자가 된다는 말이다. 고향을 포함하여 넓은 의미의 자연은 어머니의 자궁과 가장 밀접하게 닮아 있기 때문에 일상이 고단한 이들은 자연의 품에 안겨야 비로소 안정과 휴식을 얻을 수 있다. 몇 푼의 봉록이 걸려있는 관직생활에 심신이 피로해진 도연명은 불후의 명작인 '귀거래사'를 읊으며 고향으로 돌아갔으며, 회재 이언적도 김안로와의 권력투쟁에 밀려 안강 자옥산 기슭에 독락당을 짓고 7년이나 은둔생활을 해야 했다. 그리고 고산 윤선도도 젊은 패기에 푸른 꿈이 있었지만 당쟁의 세력 다툼이 싫어 보길.. [좋은수필]그릇 / 박종희 그릇 / 박종희 나막신인가, 아니 나뭇잎 배인가, 움푹하게 들어간 타원형의 투박한 접시에 자꾸 눈이 갔다. 앞에서 보면 나막신이고, 옆에서 보면 어릴 때 도랑에 띄우고 놀던 나뭇잎 배의 모습이다. 같이 근무하던 분이 명예퇴직하고 도자기학과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어느새 공방을 차렸다는 연락이 왔다. 30여 년간 한 직장에만 근무하던 사람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모두 걱정스러워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공방까지 차렸다 하니 직원들도 내심 부러워하는 눈치다. 30여 평 되는 아담한 공방에는 자신이 만든 도자기도 있었지만, 이름 있는 도예가가 만든 생활자기가 많았다. 작은 접시부터 장식용 항아리까지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대도 천차만별이었다. 유명한 도예가의 이름이 붙어 있는 고려청자를 닮은.. [좋은수필]교복 / 조일희 교복 / 조일희 성미 급한 봄이 살바람 뒤를 따라온 모양이다. 미적대던 겨울이 한달음에 꽁무니를 내뺐다. 그 덕에 겨우내 말랐던 나뭇가지에 통통히 물이 오르고 양지바른 둔덕에 새순이 고개를 든다. 연초록 순은 봄 나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진솔 교복을 입은 중학생도 파릇파릇 새싹이다. '일학년'이라는 말과 '처음'이라는 말의 어감 때문일까. 무리 진 아이들 곁을 지날 때면 비릿한 풋내가 코끝을 스친다. 가끔 제 몸피보다 큰 옷을 입은 남학생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어리바리한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워 서다. 새 교복을 입은 꼬두람이의 어깨가 기역자 모양이다. 하루 밤새 어른이라도 된 듯 우쭐한 마음이 들어서 일까. 아니면 선배들의 매서운 군기에 졸아서 그런 것일까. 낙낙한 윗도리와 살망.. [좋은수필]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 고임순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 고임순 때로 우리는 낯선 땅을 밟고 그곳의 분위기에 젖다 보면 잠시 나를 잊을 때가 있다. 강, 달 배, 숲, 시가 있는 풍경, 분강촌汾江村의 하루가 그러했다. 마치 5백 년을 거슬러올라간 듯한 신비스러움을 느꼈다.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있는 농암(聾巖) 종택은 퇴계 이황(李滉)의 스승이신 이현보 선생의 생가로 그의 17대손이 살고 있었다. 둘레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운치를 더해주는 예스런 기와집, 따스한 온돌방에서 문풍지 우는소리에 잠을 설쳤지만, 새벽 대기는 폐부를 찌르는 상쾌함이었다.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근처 청량산(淸凉山)으로 향했다. 2월 하순의 산은 황량했지만 세상사에 찌든 등산객들을 포근히 안아주었다. 훤히 뚫린 시야, 가물가물 안개처럼 서리는 나목 잔가지 끝.. 수필 강좌 안내 대구예술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아카데미 33기 수강생 모집 수필 문학은 글쓰기의 바탕입니다. 수필을 쓰면 어떤 글이든 쓸 수 있습니다. (수료 후 문학회 활동을 통한 자서전, 공모전 응모, 등단, 수필집 발간을 지원함) ⦁ 수강 과정 : 글쓰기, 수필 창작 일반 과정(12강) ⦁ 강좌 개설 : 가을 학기(9월~11월) ⦁ 가을 학기 개강 : 2023년 9월 5일 오후 2시 ⦁ 강의 시간 : 매주 화요일(14:00-16:00) ⦁ 강의 장소 : 대구예술대학 평생 교육원 407호(대구 동구 동부로 193) ⦁ 주요 교과 : 글쓰기 기초에서 소재 찾기와 문학적 장치까지 ⦁ 교과 상세 : 글쓰기의 어려움과 해결 방안 / 수필의 여러 갈래 / 글감 찾는 방법 / 글쓰기의 실제 / 의미 찾기와 사전 설계 / 글..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