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5939)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죽음에 대하여 / 허창옥 죽음에 대하여 / 허창옥 안방 장롱 문양이 십장생 돋을 새김이다. 전체적인 느낌이나 색상, 나무의 질 따위를 두고 요모조모 뜯어 본 뒤에 선택한 것이다. 문양의 내용을 보고 사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누워서 가만히 보니 그저 산이려니 나무이려니 했던 것이 십장생이 다 모여 있었.. [좋은수필]생수 두 병 / 최순옥 생수 두 병 / 최순옥 '딩동' 조그맣게 들려오는 벨소리에 문을 열고 나가 보니, 같은 층에 사는 이웃집 아주머니가 서 계셨다. 큰 물병은 안고 양손에 하나씩 비닐통과 유리병을 들고서 말이다. 벨소리를 단번에 듣지 못하고 뒤늦게 야 문을 열게 되어 미안한 얼굴로 받아든 것은, 미처 식지.. [좋은수필]목련꽃 하얀 그늘 / 오혜정 목련꽃 하얀 그늘 / 오혜정 화사한 봄날이다. 목련이 단아한 자태로 발돋움하고 있다. 해마다 부활절 무렵이 되면 뜰안의 정적을 깨우는 꽃이다. 15년 세월을 한 울안에서 애환을 나눈 유정이 또 한 차례 사색의 향연장으로 이끌고 있다. 모과나무 앵두나무 라일락 산도화 보리수나무 향나.. [좋은수필]참 빗 / 강숙련 참 빗 / 강숙련 경주의 어느 콘도에 여장을 풀기로 했다. 체크 인 시간이 두어시간 남았기에 몇 군데 민속 공예점을 기웃거리다가 반가운 물건을 만났다. 그것은 살이 아주 가늘고 고운 진소(眞梳)였다. 얼레빗(月梳)과는 달리 대나무 살이 실낱같이 섬세한 빗이다. 빗살이 촘촘하고 가지런.. [좋은수필]달을 쏘다 / 윤동주 달을 쏘다 / 윤동주 번거롭던 사위(四圍)가 잠잠해지고 시계 소리가 또렷나나 보니 밤은 저윽이 깊을 대로 깊은 모양이다. 보던 책자를 책상머리에 밀어놓고 잠자리를 수습한 다음 잠옷을 걸치는 것이다. 『딱』스위치 소리와 함께 전등을 끄고 창녘의 침대에 드러 누우니 이때까지 밖은 .. [좋은수필]새벽길에서 / 법정 새벽길에서 / 법정 불일암에서 살 때에는 따로 산책하는 시간을 갖지 않았었다. 아무때고 마음 내키면 숲으로 뚫린 길을 따라 나서면 되고, 멀리 펼쳐진 시야를 즐기고 싶으면 뒷산이나 앞산의 봉우리에 오르면 되었다. 혼자서 터덕터덕 숲길을 거닐거나 봉우리에 올라 멀리 바라보고 있.. [좋은수필]노출 / 김 훈 노출 / 김 훈 몸을 드러낸 여자들은 도시의 여름을 긴장시킨다. 탱크톱에 핫팬츠로, 강렬하게 몸매를 드러낸 여자가 저 쪽에서 걸어올 때, 더위에 늘어진 거리는 문득 성적 활기를 회복한다. 노출이 대담한 여름 여자를 볼 때마다 나는 내가 그 여자의 옷을 보고 있는지 몸을 보고 있는지 .. [좋은수필]열쇠 소리 / 염정임 열쇠 소리 / 염정임 주택에서 살 때와는 달리 아파트에서 살게 되면서 꼭 필요한 물건이 된 게 열쇠와 아파트용 김칫독이었다. 김칫독은 그 해 가을에 사서 몇 년 동안 쓰고 있으니까 별 문제가 없었지만 열쇠는 가끔 잃어버리기도 하고, 휴대를 해야 할 때 하지 않아 일이 생기곤 한다. 이.. 이전 1 ··· 733 734 735 736 737 738 739 ··· 7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