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5939)
[좋은수필]진달래꽃 / 목성균 진달래꽃 / 목성균 우리 집의 진달래 분재(盆栽)가 올해도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빈 골방에서 소박데기 순산하듯 혼자 꽃을 열댓 송이나 피웠다. 입춘이 지난 어느 날 아침, 겨울 때에 찌든 거실 유리창을 투과(透過)하는 햇살에서 문득 봄을 느끼고 혹시나 싶어서 방문을 열어보았더니, ..
[좋은수필]연 / 노신 연 / 노신(魯迅) 북경의 겨울, 땅에는 눈이 쌓이고, 벌거벗은 나무들의 거무스름한 가지들이 맑은 하늘에 치솟아 있고, 아득히 먼 하늘에 연이 하나 떠 있다. 고향에서 연을 날리는 계절은 2월이었다. 핑 하는 소리가 들려 하늘을 쳐다보면 으레 거뭇하게 게를 그린 연이거나 연노랑의 지네..
[좋은수필]겨울 진달래 / 반숙자 겨울 진달래 / 반숙자 「……엄마, 이 가을에 떠나다니요. 모두가 떠나는 아픈 계절에 …….」 막내가 보낸 엽서의 한 구절이다. 입영의 날짜를 받아 놓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불안과 두고 떠나야 하는 모든 것의 아쉬움에서 낙엽에 띄운 글인 모양이다. 나는 엽서를 받아들고 한동안 멍하..
[좋은수필]편지 / 백 석 편지 / 백석 이 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닭이 울어서 귀신이 제 집으로 가고 육보름날이 오겠습니다. 이 좋은 밤에 시꺼먼 잠을 자면 하이얗게 눈썹이 센다는 말은 얼마나 무서운 말입니까. 육보름이면 엣사람의 인정 같은 고사리의 반가운 맛이 나를 울려도 좋듯이, 허연 영감 귀신의 호통..
[좋은수필]까치 / 윤오영 까치 / 윤오영 까치 소리는 반갑다. 아름답게 굴린다거나 구슬프게 노래한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고 기교 없이 가볍고 솔직하게 짖는 단 두 음절 '깍 깍'. 첫 '깍'은 높고 둘째 '깍'은 얕게 계속되는 단순하고 간단한 그 음정(音程)이 그저 반갑다. 나는 어려서부터 까치 소리를 좋아했다. 지..
[좋은수필]소멸을 꿈꾸며 / 공월천 소멸을 꿈꾸며 / 공월천 늦가을이긴 해도 11월은 어린 우리들에게 오싹하리만큼 추웠다. 추수가 끝난 들판은 폐허처럼 황량했고, 누렇게 말라가는 플라타너스 잎의 버석대는 소리에 더욱 스산하던 그날, 우리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폐병을 앓던 순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훌쩍거리..
[좋은수필]세한도(歲寒圖) / 목성균 세한도(歲寒圖) / 목성균 휴전이 되던 해 음력 정월 초순께, 해가 설핏한 강 나루터에 아버지와 나는 서 있었다, 작은 증조부께 세배를 드리러 가는 길이었다. 강만 건너면 바로 작은댁인데, 배가 강 건너편에 있었다. 아버지가 입에 두 손을 나팔처럼 모아 대고 강 건너에다 소리를 지르셨..
[좋은수필]마음 꽃 피우기 / 정목일 마음 꽃 피우기 / 정목일 나는 윙크하는 사람, 휘파람을 부는 사람, 미소짓는 사람, 감탄사를 발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윙크'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금방 바람결에 경쾌한 음악이 들려올 듯하다. 나는 과연 이제껏 몇 번이나 윙크을 해보았으며, 또 받아 보았는가. 윙크도 한 번 해보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