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6175)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못 / 배단영 못 / 배단영 못을 뺀다. 낡은 벽장을 수리하기 위해 못 머리에 장도리를 끼우고 낑낑거리며 못을 뽑았다. 못은 야무진 벽을 뚫고 들어가 긴 세월 동안 제 역할을 다했다. 제 크기의 수십 배, 수백 배도 더 되는 무게를 견디느라 얼마나 힘에 부쳤을까. 무엇을 얹거나 걸면 못은 무게를 견뎌.. [좋은수필]저무는 강 / 김희자 저무는 강 / 김희자 머문 듯 유유히 흐르는 강 하류에 해가 저문다. 하늘의 빛을 따라 강물의 빛도 변한다. 쪽 푼 하늘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여 붉은빛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강나루에 푸른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한 순간도 멈출 수 없이 흘러온 강물은 하늘빛을 말없이 받아들인다. .. [좋은수필]등피/김희자 등피 / 김희자 산마루에 걸린 마지막 햇살을 거두고 해는 저물었다. 산장 밖 밤하늘에 손톱달이 떠 있다. 세월의 더께가 앉은 등에서 불빛이 새어나온다. 유리관에 둘러싸인 심지는 산장으로 드는 바람에도 꺼지지 않고 활활 탄다. 투명한 등피의 보호를 받으며 타오르는 불빛을 보니 아득.. [좋은수필]고치 /최해숙 고치 /최해숙 몸을 흔든다. 허공을 향해 머리를 든 채 기다란 몸을 흔든다. 마지막 잠을 자고 난 누에가 몸을 흐느적거릴 때마다 한을 쏟아내는 듯 긴긴 명주실을 내어놓는다. 망사처럼 엷은 막이 어느새 딱딱한 고치로 변한다. 누에는 자신이 내놓은 실에 스스로를 가두고 만다. .. [좋은수필]돌쩌귀 / 이윤경 돌쩌귀 / 이윤경 친정집 위채에는 양쪽으로 여는 여닫이문이 달려있다. 격자무늬 나뭇살 위에 한지가 착 감겨있다. 나는 그 문을 좋아했다. 새까맣게 반들거리는 동그란 문고리도 정겹다. 그 문고리에는 오랜 세월 동안 잡고 당겼을 가족들의 손자국이 얼마나 많이 묻어있을까? 어머니가 .. [좋은수필]흉터 / 최윤정 흉터 / 최윤정 눈보라가 치는 밤이었다. 머리에 버짐이 번져 머리카락이 숭덩숭덩 빠지는 걸 보다 못한 어머니가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 오던 길이었다. 두 시간에 한 번씩 들르는 마을버스는 일찍 끊겨 버렸고, 눈보라를 맞으며 한 시간은 족히 걸어가야 집에 갈 수가 있었다. “춥제?.. [전북도민 신춘]구석 / 허효남 구석 / 허효남 아이와 숨바꼭질을 한다. 술래인 엄마를 뒤로하며 녀석이 은신처를 찾아 나선다. 이 방 저 방 네모난 미로 사이를 달려가다 드디어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고양이마냥 살금살금 녀석의 꼬리를 밟아간다. 도대체 못 찾겠다고 엄살을 부리며 아들의 비밀 장소로 다.. [좋은수필]누드 / 문춘희 누드 / 문춘희 모두들 옷을 벗고 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걸 부끄러워하긴 커녕 깔깔대며 웃는 소리까지 들린다. 나는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내연산 수목원, 화단에 핀 야생초들이 모두 누드다. 구절초, 꿩의비름, 물옥잠들이 나체로 피어 저마다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 이전 1 ··· 744 745 746 747 748 749 750 ··· 77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