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4

[좋은수필]형제(兄弟) / 이종화

cabin1212 2018. 1. 10. 06:28

형제(兄弟) / 이종화


 

 

빼빼로가 나왔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퍼졌다. 가자, 형은 내 손을 잡고 달렸다. 골목에는 이미 빼빼로를 손에 든 아이들이 둥그렇게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우리는 이야기를 엿듣는 시늉을 하며 그 동그라미를 맴돌았다.

한참이 지났지만 누구 하나 눈길을 주지 않았다. 묘한 저항감이 조밀하게 형성되어, 날카롭게 우리를 겨누고 있었다.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대장이 입을 열었다.

! 너네 뭐야?”

우리도 과자 하나만 줘.”

형이 두 손을 포개어 바가지처럼 만들었다.

아이들이 웅성댔다.

쟤들 뭐야?”, “재수 없어.”

그러자 대장은 한 손을 천천히 들면서 순식간에 주변을 조용히 시켰다. 저런 대장의 몸짓은 늘 멋있게 보였다.

, 니가 뭔데?”

하나만. 먹고 싶어.”

꺼져! 이게 얼마짜린 줄 알아?”

보다 못해 나도 거들었다.

우리도 줘어.”

? 이 쬐그만 자식들이.”

순간 침묵이 흘렀다. 모두 긴장했다.

…….”

좋다. 하나만 주지. 대신, 너만 먹어.”

난 너무 좋아 입에 함박웃음을 머금곤 어쩔 줄 몰라 했다. 곁에 있던 형이 갑자기 내 손을 놓더니, 대담하게 말을 이었다.

나도 줘!”

싫어, 넌 안 돼.”

왜 안 되는데?”

그냥 넌 안 돼.”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형이 대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나는 형과 늘 같은 편이었다. 모두 내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오직 한 사람, 형만 빼고.

잠시 머뭇거리던 나는 그만 그 과자를 입에 넣고 말았다. 그제야 형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오물거리는 내 작은 입을 지켜보았다. 난 그렇게 형을 두고 원 안의 대열에 합류해 버렸다. 어쩌면 형은 나라도 먹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을지는 몰랐다.

순간 어머니에게 손목을 꽉 잡혔다. 우리 둘은 동네에서 가장 큰 가게로 끌려갔다. 여기들 있어라, 가게 안으로 사라진 어머니는 잠시 뒤 빼빼로를 한 통씩 사서 우리 손에 쥐어 주셨다.

어둡던 형의 표정은 순식간에 해맑게 변했다. 우물우물. 너무도 좋았나보다. 날 보고 연신 종화야, 마딛지? 마딛지?”를 되풀이했다. “엄마, 엄마! 되게 마딛어요.” 맛있다마딛다로만 발음하던 형이었다.

우리는 빼빼로를 들고, 일부러 그 동그라미 앞을 지나 집으로 갔다. 손을 꼬옥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