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4

[좋은수필]착각 / 노덕경

cabin1212 2018. 10. 21. 06:38

착각 / 노덕경


 

 

착각 속에 사는가 보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앞 사람을 친구로 착각하여 어깨를 툭 치고는 무안해 한 적이 있다. 때로는 이웃이나 지인을 닮아 보여 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상대방에게 멋쩍고 미안하여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린다.

또한 시장이나 식당에서 치러야할 돈을 착각하여 더 주기도 하고, 덜 주기도 한경우가 간혹 있다. 때로는 지갑 안의 돈을 쓴 일도 없는데 착각하여 비는 듯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따금 다른 사람의 손을 의심하기도 했었다. 결국에는 소소하게 돈을 쓰고는 생각이 나지 않아 생긴 착각이다. 그런데 이런 착각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숫자는 정직하다.

사람은 나름대로 제 잘난 맛에 산다. 다른 사람보다 그런 대로 키도 크고 머리도 좋고 얼굴과 몸매도 잘 빠졌다고 생각하며 착각하고 산다. 또한 제 자식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줄 안다. 아이들끼리 싸움을 해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이전에 먼저 자기 자식의 역성부터 든다. 자기 자식은 부모 말 잘 듣고 장차 훌륭하게 자라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노후에도 자식들이 편히 모시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착각인 줄 알면서도 착각이 아니기를 바란다

누구나 힘이 솟던 젊은 시절의 건강을 아직도 건강하다고 착각한다. 그러하며 만사에 자신만만해 한다. 제 능력도 아랑곳하지 않고 씨름, 수영, 달리기, 축구, 닭싸움 등 사전 준비 운동도 없이 경기를 벌이거나, 심지어 먹는 내기까지 한다. 그러다 종내는 몸을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항상 젊었으려니 하는 착각이 불러온 불상사다.

사람은 살아가며 우정과 사랑을 착각하기도 한다. 어릴 적부터 남녀 사이에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학년, 같은 학급의 이성이나, 이웃의 이성 사이의 관계에서 상대방이 조금만 친절을 베풀어도 그게 자신을 좋아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첫사랑의 달콤함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짝사랑의 쓴맛을 보는 경우도 착각에서 온다.

친구도 나의 진실한 마음과 같다고 생각하여, 친구에게 돈이나 물건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주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런데 친구의 잘못으로 사업이 부도나고 그러한 결과로 우정이 깨어지고 재산 차압까지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친구 간에 불신하고 서로가 믿지 못하고 우정이 깨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내가 사랑한 만큼 상대편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섭섭해 하고, 나의 조그마한 친절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사랑으로 착각하게 하기도 한다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따금 다중에 위한 착각을 하게 한다. 이런 경우 진실보다는 외적 환경에 환각과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사회생활에서 좋은 매너와 유머가 있어야 재미있는 사람이라고도 한다. 직장에서는 유머 있는 언변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게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하지만 남녀 간에 있어 자칫 신체적인 칭찬이나 결함에 대한 언사로 하여금 상대로부터 성희롱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의 일이다. 동우회 모임에서 상대방의 정보와 도움으로 일을 무사히 마쳤다. 상대방이 여성이라 고마움을 표시하고 차나 한잔 하거나 밥이라도 한 끼 했으면 싶었다. 하지만 전화하기가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래서 혹 시간이 있으면 전화 통화 한번 해 달라는 마음으로, 요즘 유행하는 노랫말로 보고 싶다 보고 싶어 아름다운 그대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라고 전화기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상대방 여성은 메시지 회신도 없고 전화까지 없었다. 중년 남녀가 단둘이 만나면 쑥스럽고 남의 이목도 있고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착각을 한 듯 했다. 이런 서로 간에 착각으로 인해 상대방과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순수한 마음을 해명하지도 못하고 시간이 흘렀다. 이렇듯 이성 간의 농담은 유머가 될 수도 있고, 상대방을 착각하게 할 수도 있다. 언행과 행동, 시간, 분위기에 따라 조심해야 할 일이다.

행복에 대해서도 착각할 때가 있다. 많은 돈을 벌어 부자로 사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한다. 많은 돈을 버는 것도 땀과 노력이 기본이고 가족들과 여가를 즐기는 것도 포기하고 오직 일에 매달린 결과다. 국민들의 생활과 삶의 행복지수를 묻는 질문에 어렵게 살면서도 자신의 마음만은 중류 생활이고 행복하다고 대답한다.   

졸부들은 유명해지기를 원하고 명예를 돈으로 매수하고 그들과 어울리면 유명해지리라는 생각하는 것도 착각일 것이다. 진실로 유명한 사람들은 이들의 관심 밖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다.

세계가 모두 어렵다고 하는데 올 하반기에, 또는 내년에는 좋아지리라는 희망사항이 현실로 돌아와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매일 기분 좋게 운동하고 즐겁게 편안하게 미지의 세계에 여행하며 꿈을 꾸고 행복하게 구구 팔팔 이삼사하고 싶다. 이것이 착각이 아니고 현실이기를 바라는 것도 나의 지나친 착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