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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아침의 의미 / 정목일

cabin1212 2020. 8. 9. 06:32

아침의 의미 / 정목일

 

 

 

 

지리산에서 아침의 표정을 본다. 여명이 점점 환해지면서 새소리가 들려오고, 새벽을 깨우는 닭 소리에 이어, 개들이 덩달아 컹컹 짖어댄다. 빛과 소리의 절묘한 만남으로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아침 표정처럼 청신하고 신비한 모습도 없으리라. 만물이 깨어나고 있다. 산과 수목들이 아침을 맞는 모습들을 바라본다. 생명체들은 왜 어둠 속에 잠들어야 하는지 알 듯하다. 광명을 맞고 새 출발을 위해선 눈을 감고 깊이 잠들어야 한다.

울창한 숲이 깨어나고 있다. 개울물은 산의 만년 침묵을 소리로 풀어내면서 흘러간다. 산은 아침의 명상을 물소리로 흘려보내고 있다. 대지와 숲엔 이슬이 내려 촉촉하다. 다람쥐들이 나무에서 내려와 눈망울을 굴리고 있다. 바람은 나뭇잎을 스치며 덜 깬 새들의 날개를 흔들어댄다.

도시의 아파트에 살면서 아침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살아왔다. 빗소리를 듣지 못한 채 살아왔다. 새소리를 들어 보지도 못했다. 나뭇잎을 스쳐오는 바람과도 만나지 못하였다. 닭이 회를 치는 소리도 듣지 못하였다.

인간은 하루씩을 사는 존재가 아닌가. 나무들은 햇살과 바람과 빗방울을 받아 모든 힘을 기울여 꽃과 열매를 맺으려고 심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나는 숲속의 생명체들이 체득하는 아침의 발견과 순간의 깨달음을 모른 채 살아오지 않았던가.

산중에서 아침을 맞으며 깨닫는다. 하루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아침은 어떻게 오는지를 빛의 표정으로 알려 준다. 하루가 열리는 산속 모습들을 바라본다. 하루는 삶의 무한 영속이 아니라, 다시 만날 수 없는 의미의 순간임을 느낀다. 인간은 하루씩을 맞으며 살아가는 하루살이 인생이 아닌가. 아침마다 새 출발선에 서서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삶의 의미로 채우고 싶다.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찬란한 하루를 맞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장엄한 하루를 거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