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 / 小珍 박기옥
꽃구경 / 小珍 박기옥
아침 일찍 전화 한 통을 받고 웃음이 빵 터졌다. 서울 사는 딸한테서 온 전화다.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연년생 외손자들이 학교에서 「꽃구경」이라는 제목의 그림일기를 숙제로 받아왔다고 한다. 고심을 한 내외는 아들들을 뒷좌석에 묶고 여의도로 출발을 했다. 벚꽃이 만발한 봄풍경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아이들이 차 안에서 사지를 틀었다.
“엄마, 언제까지 가야 해?”
“다 와 가. 밖에 꽃 봐봐.”
“햄버거는 언제 먹을 거야?”
“꽃 보고 나서 먹을 거야. 꽃 보라니까.”
조용해서 뒤를 돌아보니 녀석들은 머리를 맞대고 곯아떨어져 있었다.
여의도는 인산인해였다. 꽃구경 인파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녀석들은 차에서 내리자 다시 햄버거 타령부터 했다. 꽃은 안중에도 없었다. 집에 와서도 그림일기에는 맛있는 햄버거만 그려져 있었다. 제목은 물론 「꽃구경」이었다.
50년 후를 생각해 보았다. 꽃구경 가서 꽃은 안 보고 햄버거만 찾던 아들이 늙고 병든 어머니에게 등을 내민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으로 덮인 봄날, 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의 등에 업힌다. 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는다. 꽃구경 봄구경 눈감아 버리더니 솔잎을 한 웅큼씩 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간다.
“어머니 지금 뭐 하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 하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가수 장사익은 꽃구경에다 사랑과 세월을 입혔다. 꽃은 안 보고 햄버거만 찾던 아들이 늙고 병든 어미를 업고 꽃구경을 간다. 등에 업힌 어미는 꽃 대신 솔잎만 뿌리며 간다.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