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수필]만능키 / 장호병
만능키 / 장호병
자동차 문 버튼을 눌렀다. 딸깍,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려야 했었다. 재차 시도해도 응답이 없다.
아차, 열쇠!
강의실을 나설 때 사용한 USB 회수를 잊지 않으려고 자동차 열쇠와 묶어두고 사용한다. 오늘 저녁엔 자동차 열쇠 째로 컴퓨터에 꽂아두고 나왔다. 강의실로 발길을 돌렸지만 야간이라 현관문은 자동으로 잠겨 밖에서는 열 수 없다. 난감하다. 떨어진 곳의 수위실로 갔다. 가끔 있는 일이라는 당직자의 도움을 받았다.
자물쇠와 열쇠.
딱 맞추어진 열쇠 외엔 어느 것에도 반응하지 않는 자물쇠가 최고의 선이다. 열쇠로선 어떤 자물쇠라도 열 수 있으면 그것은 최선이자 만능이란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
그는 아날로그 시대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건물 내의 수많은 방과 현관 열쇠를 일일이 들고 다니는 일도 번거롭고, 제 열쇠를 찾는 일 또한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소위 마스터키를 사용했단다. 마스터키 하나면 건물 내 모든 문을 딸 수 있었다. 그 구조는 너무나 허술할 정도로 간단하다는 것이다.
열쇠를 옆으로 눕히면 높고 낮은 산들이 이어져 있다. 사실은 거개가 불법으로 근접하는 사람들이 지레 포기하게 만드는 호위무사들이다. 실제로 문을 딸 수 있는 행동대장은 한 지점에만 존재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면 그는 마스터키에 버금갈 것이다. 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상대의 목소리를 깔아뭉개는 것이 뜻하는 바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열쇠가 그럴듯한 장식으로 그 권위를 높이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본연의 기능은 한 지점에서만 수행되듯이, 사람의 마음도 열리는 지점이 있다.
서로 주의 주장이 다르고, 설혹 진영이 다르다 할지라도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게 만드는 지점, 그것은 수사도 으름장도 아니다.
경청과 겸손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