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21⁰C / 신현식

21⁰C / 신현식 -늙은 소년- 중에서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행인들에 자꾸만 눈이 간다. 스쳐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오늘따라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패딩 점퍼를 입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죽점퍼, 봄 점퍼, 소매 긴 남방 셔츠, 심지어 반팔 셔츠를 입은 젊은이도 있다. 오늘은 분명 예삿날이 아닌 것 같다.
오후에 산책을 나서며 어떤 옷을 입을까 하고 한동안 망설였다. 긴팔 남방셔츠에 바람막이 점퍼를 늘 입었다. 오늘은 조금 따뜻할 것 같아 바람막이 점퍼는 벗어두고 나섰다.
행인들 옷차림이 오늘처럼 자유롭던 적이 있었던가. 오늘 아침의 일기예보를 떠올렸다. 기상 캐스터는 이 지방 기온이 21⁰C라고 했다. 아마 21⁰C가 오늘의 옷차림을 만들었지 싶다. 21⁰C 속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들어앉은 것 같다. 정말 경이롭고 신비한 현상이다. 21이란 숫자를 되뇌어 본다. 별나게 보이는 수치인 것만은 틀림없다.
우연의 일치일까. 음료수 병뚜껑의 톱니가 21개다. 병뚜껑은 콜라나 맥주의 탄산이 빠져나가지 않게 밀폐되어야 하고 개봉할 때 병이 깨지지 않아야 한다. 어느 발명가가 21개의 톱니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을 알아내었다. 톱니가 하나만 모자라도 밀폐가 되지 않고, 하나가 많아도 병이 잘 깨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21이란 경계를 이루는 신비한 숫자인 것 같다.
오늘 기온이 만약 20⁰C라면 반팔 셔츠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고, 22⁰C였으면 패딩 점퍼가 사라졌을 수도 있다. 20⁰C보다 높고, 22⁰C보다 모자란 그 1⁰C가 경계가 되었다. 21⁰C에는 분명 신비한 마력이 있다.
기온이 서늘함과 따스함의 경계에 놓이면서 우리의 생각이 한층 자유로워졌다. 그것이 각양각색의 옷차림으로 나타났다. 나도 1⁰C 때문에 늘 입던 바람막이 점퍼를 벗어두고 나온 것이리라.
오늘의 21⁰C가 변함없이 유지된다면 모든 생각이 자유로워질 것 아닌가. 만약, 그리된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해 지지부진한 내 글쓰기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지도 모른다. 사물을 자유롭게 바라보고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으니 멋진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뿐이랴. 생각이 서로 달라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모든 무리들도 부둥켜안게 하지 않을까.
수필집 <늙은 소년> 정가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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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지 ; 신현식 010-3909-7939
출판사 ; 나무향 02-458-2815, 010-2337-2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