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산책] 내비게이션 | ||||
얼마 전, 친구 여식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부산에 갔을 때 일이다. 승용차 두 대에 친구들이 분승했는데 나는 Y의 차에 탔다. 그런데 그 차에는 길 안내 장치인 내비게이션이 달려 있었다. "우회전 하세요!" "좌회전 하세요!" 자동차가 시가지에 도착하자 내비게이션이 바빠졌다. Y는 길이 서툴러 매월 갖는 모임에 지각이 다반사다. 그래서 그는 길치로 소문나 있다. 그런 형편에 부산까지 가야한다니 걱정이 되어 길 안내 장치를 달았던 모양이다. 아무튼 친절하고 정확한 안내자 덕분에 우리가 탄 차는 예식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같이 오던 다른 차는 부산 지리에 밝은 친구가 동승했건만 우리보다 40분이나 늦어 가까스로 예식에 참석했다. 잠시 가는 자동차길도 이럴진대 길고도 긴 인생길에서는 어떠하겠는가. 인생길은 복잡하기 이를 데 없고, 순간순간마다 선택을 해야 하는 오묘한 길이다. 그런데도 요즘 젊은이들은 세상의 길을 다 아는 것처럼 큰소리친다.길을 잘못 들어 나는 한없이 방황하던 때가 있었다. 험난하고도 위험한 길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온 때도 많았다. 되돌아보니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오늘 전국에서는 수십 만 명의 젊은 입시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이제 머지않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이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모두 갈림길에서 어느 길로 가야할지 망설이는 사람이다. 이런 이에게 정확한 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 내비게이션이 하도 신통하여 떠나온 조금 전의 그 예식장을 입력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내비게이션은 난리가 났다. 길을 잘못들었으니 돌아가라는 안내가 계속해서 나왔다. 어찌나 반복하던지 나중에는 "내 말이 말 같지 않아요?"라는 멘트까지 나올 것만 같았다. 그 내비게이션을 보며 나도 누군가에게 저렇게 인내심 많고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출처 : 수필사랑
글쓴이 : 김인자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