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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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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수필(隨筆) / 피천득 수필(隨筆) / 피천득 수필(隨筆)은 청자 연적(靑瓷硯滴)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淸楚)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女人)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平坦)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포도(鋪道)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
[좋은수필]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 파스칼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 파스칼 인간은 한 줄기의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 가운데 가장 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그를 분쇄하는 데는 온 우주가 무장할 필요가 없다. 한 줄기의 증기, 한 방울의 물을 가지고도 넉넉히 그를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우주가 그..
[좋은수필]고목(古木) / 윤오영 고목(古木) / 윤오영 산 비탈 공지에 큰 느티나무 고목이 한 그루 서 있었다. 속은 텅 비고 썩어, 죽은 등걸 같은데, 위의 가지들을 꽤 번성해서 넑게 녹음(綠陰)을 짓고 있었다. 어느날 나는 그 나무 밑에 앉아서 책을 보다가, 슬그머니 조름이 와서 책을 덮었다. 머리 위에서 쏴! 하고 시..
[좋은수필]자타불이(自他不二) / 청정심 자타불이(自他不二) / 청정심 가족이란 끊을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이다. 그래서 이해관계를 넘어서 대가없이 사랑으로 동고동락하는 공동체다. 자식을 낳아 길러 공부시키고 결혼 후에도 잘되기만을 기도하고 자식만 행복하면 따라서 행복해지는 것이 부모 마음인 것을 사람들은 부모가..
[좋은수필]소리 / 박기옥 소리 / 박기옥 외출에서 돌아와 현관 앞에서 잠시 발을 멈추었다. 안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휴가를 틈타 잠시 귀국한 딸아이의 연습하는 모습이 장식 유리를 통해 비친다. 흐름을 끊지 않으려고 선 채로 귀를 기울인다. 처음 바이올린을 접한 나이가 일곱 살이었던가, 여..
[좋은수필]예순 네 살이 되면 / 최재영 예순 네 살이 되면 / 최재영 맑은 하늘에서 난데없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굵은 빗줄기로 변했다. 어떻게 비를 피할까 두리번거리다가 마침 지하상가로 통하는 계단이 눈에 뜨였다. 이제는 새로 사야 할 물건도 별로 없어 쇼핑과는 담을 쌓고 살다시피 하고 있는데, 이런 ..
[좋은수필]우정의 그늘 / 최태준 우정의 그늘 / 최태준 오늘 그를 만나고 싶다. 그를 만나면 편하다. 편하다기보다는 든든하다. 살아가면서 든든한 친구를 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오랜세월 그와 우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그 가운데 내겐 해묵은 상흔이 하나 남아있다. 상처는 아물어 딱지가 앉고 새살이 돋..
[좋은수필]사는 보람에 대하여 / 미우라 아야꼬(김욱 옮김) 사는 보람에 대하여 / 미우라 아야꼬(김욱 옮김) 어느 심포지움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그때 주제(主題)는 노인의 사는 보람에 대해서였다. 여러 가지 좋은 의견들이 많았는데, 나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사는 보람에 대한 나의 평소의 생각들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먼저 ‘노인의 사는 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