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수필]낙양의 동쪽, 강 흐르다 / 박시윤
낙양의 동쪽, 강 흐르다 / 박시윤 산야를 훑고 지나온 물이 몸집을 불린다. 완만한 초입을 지나, 굽이굽이 치며 넘어온 길이 어찌 평안하였다고만 할 수 있겠는가. 이 땅의 지맥을 따라 흐르던 기운이 모여, 어느 골짜기에서 샘을 이루었을 게다. 한 방울 한 방울의 물이 미미하게 발원하여, 겨레의 마음을 담고 예까지 흘러왔을 게다.그간 바닥에 뉘인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도 남았을 터인데, 어찌하여 그 흔적 다 감추이고, 이리도 맑게 세상을 담그고 있단 말인가. 사내의 가슴에 한 번쯤은 애간장 녹이며 안기었을 여인의 애틋한 사랑이기도 하고, 때로는 땅의 기운을 쫓아 강하게 달음질치는 대장부의 무서운 기세였겠지.물빛은 지금, 조용히 나를 투영하고 있다. 떠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나를 담그고 있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