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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늦가을의 서정 / 김재희 늦가을의 서정 / 김재희 화려하던 단풍잎들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나면 휑한 바람만 앙상한 나뭇가지 끝에서 곤두박질친다. 그러나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바라보는 맛을 놓칠 수 없는 때다. 떠나기 위해 마지막 마무리하는 가을 뒷모습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에 산을 찾았다. 모악산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등산 코스지만 요즘처럼 계절이 어중간한 평일인 경우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드문드문 한 두 명씩 가는 사람들로 적당히 조용하고 한적한 산길이었다. 계곡물소리도 여느 때보다 여유롭게 다가왔다. 중간중간 작은 웅덩이에 차곡차곡 가라앉은 낙엽들. 곱디고운 빛깔은 흐르는 물에 몽땅 떠내려 버리고 희멀건 모습이다. 그래도 아직 원형 그대로의 잎 모양새가 눈길을 머물게 했다. 쫙 펴진 손바닥 같은 단풍잎엔 당당함이 들..
수필을 밝히다-1강(22p)
[좋은수필]억새 / 박종숙 억새 / 박종숙 가슴이 비어 있어 그리도 눈부신 꽃을 피우는 것일까. 욕심이 없어 은빛 너울 속에 손을 흔드는 것일까.바람이 불러오며 그 무리 속에서 수런수런 들리는 듯한 이야기가 있다. ‘모두가 떠나고 있어요.’ 멀리 논둑 한 자락에서, 또는 잎 진 풀숲 속에서 하얗게 손끝을 세우고 바람을 따라 일렁이는 꽃! 그들은 언제나 빈 들녘에서 행인을 부른다. 누군가를 유혹하려는 듯 길 가던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순결한 모습의 춤사위를 펼치는 유희의 군락이다.억새는 가을의 늦 동산을 지키기 위해 피어난다. 먼 산에 단풍이 들고 가로수 잎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면 기다리기라도 한 듯 멀쑥한 키를 앞세우고 조용한 축제를 벌이는 우아함이 억새의 참모습이다.11월의 제주는 하얀 융단으로 치장되어 있는 섬이..
[좋은수필]늦가을 풍경 / 진웅기 늦가을 풍경 / 진웅기 바람이 부니 길가의 아카시아 나무에서 일제히 잎새들이 쏟아져 날아오른다. 허공으로 흩뿌려져서 참새떼처럼 서로 맴돌고 춤추며 팔랑거린다. 그 짧은 한순간의 비상에 소리들을 지르고 기뻐한다.산길로 들어서니 나무 사이에 싸늘한 공기가 돈다. 새로 떨어진 아카시아의 샛노란 이파리들이 쫙 깔려 황금의 카펫을 이루고 있다. 그 위를 나의 발걸음은 엄숙한 느낌으로 걷는다.나무들은 잎이 반쯤 떨어져서 헤숭헤숭한 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숲은 여름 동안 꼭 닫고 지냈던 밀회의 무거운 커튼을 지금 조금씩 열고 있다.잎이 조금씩만 달린 저 가지들은 얼마나 보기가 좋으냐. 여름의 가지는 들어찬 녹음으로 숨이 답답하고 겨울의 나무는 춥다. 만추의 가지는 몇 개씩 헤일 수 있게 달린 잎새들이 동양화를..
수필을 밝히다-1강(21p)
[좋은수필]생의 무늬 / 정태헌 생의 무늬 / 정태헌 그날, 내소사來蘇寺로 들어서는 길목은 인적이 뜸했다. 일주문을 건너 천왕문에 이르기까지 사백여 미터의 전나무 숲길, 침엽수 맑은 향내가 코끝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름드리 전나무가 수백 그루 들어선 조붓한 그 숲길에서 그 사람과 마주쳤다. 사십 중반의 승복 차림인 그는 전나무 숲을 올려다보며 맞은편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간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그의 얼굴을 스치곤 하였다. 그런 얼굴을 본 적이 있을까 싶다. 몸매는 여위었지만 얼굴은 청량했으며 눈매가 순하고 입가에 흐르는 미소가 그윽했다. 정갈하고 투명했다. 살아온 길이 그랬을까, 아니면 닦아놓은 결과였을까. 그동안 생의 여정은 어떠했으며 마음자리는 어떤 상태인지 궁금하기만 했다. 잘 생긴 것도 아닌 평범한 얼굴인..
[좋은수필]홍시 / 맹난자 홍시 / 맹난자 상자에서 감 한 개를 꺼냈다.아직 푸른빛이 가시지 않은 몸에 과도를 넣었더니 손끝에 단단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감 서너 개를 채반에 받혀 볕바른 창가에 두었다. 여러 날이 흘렀다. 감은 온몸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얼룩진 푸른 빛깔은 물러나고 오롯이 완성된 붉은 하나의 홍시. 나는 빈집에 혼자 앉아 홍시의 붉은 안뜰을 넘보고 있다.산다는 것은 늙음으로 향하는 길, 늙는다는 것은 완성으로 가는 것일까.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내면의 떫은 것을 익혀내는 저 발열發熱과 인고忍苦의 시간. 홍시는 늙어서 그저 완성된 것이 아니었다."익었느냐?"손등으로 수박을 두드리듯 누군가 내 안을 노크한다."익었느냐?"어쩌자고 철들지 못한 떫음이 그대로 남아 있다.완성이란 시간의 변화가 아닌 영적靈的 변환變..
수필을 밝히다-1강(20p) 『수필을 밝히다』저자 ; 신 현 식정가 ; 15.000할인가 ; 12.000원(배송)구입 문의 ; 신현식 010-3909-7939(문자 주시면 계좌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