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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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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의 고양이 / 어네스트 헤밍웨이 빗속의 고양이 / 어네스트 헤밍웨이 호텔엔 미국인 두 명만이 머무르고 있었다. 그들은 호텔안의 누구도 알지 모했다. 방에서 나오거나 들어가는 사람들조차도. 그들의 방은 바다가 보이는 2층 방이었다. 그리고 그 방은 공립 공원과 전쟁기념비를 마주하고 있었다. 공립공원에는 큰 야자..
눈길 / 이청준(5) 눈길 / 이청준(5) “옛날 살던 집이야, 크고 넓었제. 다섯 칸 겹집에다 앞뒤 터가 운동장이었더니라…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남의 집 된 지가 20년이 다 된 것을….” “그래도 어머님은 한 때 그런 좋은 집도 살아 보셨으니 추억은 즐거운 편이 아니시겠어요? 이 집이 답..
[단편소설]마지막 수업(2) / 알퐁스 도테 마지막 수업(2) / 알퐁스 도테 그리고 아멜 선생님은 프랑스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프랑스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분명하며, 표현력이 풍부한 말이라는 것. 그러니까 우리들이 잘 간직하여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왜냐하면 한 민족이 남의 식민지가 된다고 하더라도 자기 ..
[단편소설]마지막 수업(1) / 알퐁스 도테 마지막 수업(1) / 알퐁스 도테 그날 아침, 나는 학교에 굉장히 늦고 말았습니다. 거기다가 아멜 선생님이 말익히기에 대하여 질문에 하겠다고 했는데,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들을 꾸중을 생각하니 몹시 겁이 났습니다. 문득, 나는 차라리 학교에 결석하고 이리저리 쏘다닐까..
[좋은소설]무진기행 6 / 김승옥 무진기행 6 / 김승옥 우리는 우리가 찾아가는 집에 도착했다. 세월이 그 집과 그 집 사람들만은 피해서 지나갔던 모양이다. 주인들은 나를 옛날의 나로 대해주었고 그러자 나는 옛날의 내가 되었다. 나는 가지고 온 선물을 내놓았고 그 집 주인부부는 내가 들어 있던 방을 우리에게 제공해..
[좋은소설]무진기행 5 / 깁승옥 무진기행 5 / 깁승옥 내가 이불 속으로 들어갔을 때 통금 사이렌이 불었다. 그것은 갑작스럽게 요란한 소리였다. 그 소리는 길었다. 모든 사물이 모든 사고(思考)가 그 사이렌에 흡수되어 갔다. 마침내 이 세상에선 아무것도 없어져버렸다. 사이렌만이 세상에 남아 있었다. 그 소리도 마침..
[좋은소설]무진기행 4 / 김승옥 무진기행 4 / 김승옥 밤이 퍽 깊어서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는 내가 자기 집에서 자고 가기를 권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그 집을 나올 때까지의 부자유스러움을 생각하고 나는 기어코 밖으로 나섰다. 직원들도 도중에서 흩어져가고 결국엔 나와 여자만이 ..
[좋은소설]무진기행 3 / 김승옥 무진기행 3 / 김승옥 조의 응접실에는 손님들이 네 사람 있었다. 나의 손을 아프도록 쥐고 흔들고 있는 조의 얼굴이 옛날보다 윤택해지고 살결도 많이 하얘진 것을 나는 보고 있었다. "어서 자리로 앉아라. 이거 원 누추해서…… 빨리 마누랄 얻어야겠는데……" 그러나 방은 결코 누추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