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세상/단편소설

[단편소설]마지막 수업(2) / 알퐁스 도테

마지막 수업(2) / 알퐁스 도테

 

 

 

 

그리고 아멜 선생님은 프랑스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프랑스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분명하며, 표현력이 풍부한 말이라는 것. 그러니까 우리들이 잘 간직하여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왜냐하면 한 민족이 남의 식민지가 된다고 하더라도 자기 말을 잘 지키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니까…….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선생님은 문법책을 들고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는 너무도 쉽게 이해가 되어 놀랐습니다. 말씀하시는 하나하나가 무척 쉽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이처럼 열심히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또 선생님도 차근차근 알아 듣기 쉽게 설명하셨습니다. 그것은 이 가엾은 선생님이 떠나시기 전에,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려는 것 같았습니다. 말익히기가 끝나자, 이번에는 쓰기 시간이었습니다.

아멜 선생님은 모두에게 나누어 줄 글씨본을 특별하게 준비하여 오셨습니다. 거기에는 '프랑스 알자스, 프랑스 알자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우리 책상 위에 매달려, 교실 가득 나부끼는 작은 깃발처럼 보였습니다. 모두들 얼마나 열심인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합니다. 종이 위에 펜 긁히는 소리만 사그락사그락 들릴 뿐입니다. 창문을 통해 풍뎅이가 날아 들어왔는데도 누구 한 사람 거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제일 나이 어린 아이들도 정성껏 종이 위에 줄을 긋는데 몰두하였습니다. 학교 지붕 위에는 비둘기 몇 마리가 '구구구구' 울고 있습니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제 저 비둘기에게도 독일어로 울라고 할지도 몰라!'

가끔씩 교과서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면 아멜 선생님은 교단 위에서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마치 이 작은 학교를 눈에 담기라도 하듯이 모든 것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0년 동안 선생님은 뜰이 바라보이는 이 교실에 늘 있어 왔습니다. 의자와 책상은 아이들의 엉덩이에 닳아서 반들반들 빛이 나고, 마당의 호두나무는 크게 자랐으며, 직접 심으신 홉은 어느 새 창문을 뒤덮고 지붕까지 뻗어 올랐습니다. 이 모든 것들로부터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요?

2층에서 왔다갔다하며 짐을 꾸리고 있는 여동생의 발소리를 듣는 선생님의 마음은 얼마나 괴로울까요? 선생님은 내일 떠나서 이 마을과 영원히 이별합니다. 그래도 선생님은 끝까지 수업을 계속할 마음을 가지고 계셨던 것입니다.

쓰기 시간 다음에는 역사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꼬마들은 목소리를 맞추어 발음 연습을 했습니다. 교실 뒤에는 오제 영감이 안경을 걸친 채 교과서를 양손에 들고 우리들과 함께 한 자 한 자 더듬거리며 읽고 있었습니다. 그 분도 매우 열심히 읽느라 목소리가 감동으로 떨렸습니다. 그리고 읽는 모습이 너무도 우스꽝스러워 우리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아! 나는 이 마지막 수업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때, 교회의 큰 시계가 정오를 알렸습니다. 이어서 기도를 알리는 삼종이 울렸습니다. 아침 6시, 정오, 저녁 6시 세 차례에 걸쳐 기도시간을 알리기 위해 울리는 성당의 종소리입니다. 그와 동시에 훈련에서 돌아오는 프로이센 병사들의 나팔 소리가 창문 밑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아멜 선생님은 얼굴이 파래져서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지금까지 선생님이 이렇게 크게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여러분!"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여러분…… 나는…… 나는……."

그러나 그 무엇이 선생님의 목을 막히게 하여,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은 칠판 쪽으로 돌아서더니, 분필을 집어 들고는 온 힘을 다해 되도록 큰 글씨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