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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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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호롱불 / 황소지 호롱불 / 황소지 이웃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구 집에 갔다가 응접실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옛날 놋쇠 화로와 흰 사기 호롱을 보았다. 단조로운 아파트 생활에서 옛 정취를 느껴보려는 집주인의 생각인 듯하다. 호롱을 본 순간, 보고 싶었던 옛 친구를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만난 듯 반가웠..
[좋은수필]다북쑥 / 노혜숙 다북쑥 / 노혜숙 대문 안으로 막 들어서는데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뜰에 앉아 쑥을 다듬고 있습니다. 자매처럼 다정히 머리를 맞대고 앉은 모습입니다. 머리카락만 보아선 누가 웃어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두 사람 모두 백발입니다. 봇짐을 멘 것처럼 등..
[좋은수필]과수원 길 / 구활 과수원 길 / 구활 고향이 그리운 사람들의 망막에는 고향으로 가는 길이 먼저 비치는 법이다. 그 길은 물굽이 산모롱이를 돌면 어디에선가 만날 것 같은 철길이 되기도 하고, 자동차 바퀴에서 자갈들이 튕기는 먼지길 신작로가 되기도 한다. 의식 속에서 달려가 보는 고향길은 고향으로 이..
[좋은수필]꽃짐을 진 당나귀 / 안정혜 꽃짐을 진 당나귀 / 안정혜 삶은 마치 미스터리 소설이고 연극 같다. 내 삶이 한 편의 드라마라면 과연 원작은 누가 지은 것이고 시나리오는 누가 각색했을까. 왜 그 대본을 미리 받아 준비할 수 없는 것인가. 독자와 관객은 누구이며 누가 평론을 할 것이며 내 배역은 정확히 무엇일까. 누..
[좋은수필]잔소리 / 안병태 잔소리 / 안병태 아내가 야간에 외출을 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구태여 마당으로 쫓겨나 담배를 피울 필요도 없고, 뉴스냐 연속극이냐 따위로 가위 바위 보를 할 일도 없고, 아무 곳에서나 머리를 빗어도 잔소리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아내가 가끔 외박을 한다는 것은 더욱 환영할 ..
[좋은수필]꺾꽂이 / 김이경 꺾꽂이 / 김이경 오른쪽 날갯뼈가 계속 말썽이다. 오십견으로 고생하던 팔을 어렵게 치료받았는데 얼마 전 사고로 하필 그곳을 다쳤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치료는 더 더디다. 팔을 조심조심 쳐들었다 내린다. 어깨에서 ‘우둑’하는 소리가 들린다. 찔끔한다. 몇 십 년을 하루에도 수백 번..
[좋은수필]후문 / 유혜자 후문 / 유혜자 창경궁 앞을 지나노라니 어떤 부인이 허겁지겁 다가와서는 의과대학 후문을 묻는다. 옛날 약학대학이 있던 동숭동 쪽으로 나가는 문을 알려 주었으나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아 “여보세요?” 하고 불러보니 이미 신호를 따라 반대편으로 건너간 후였다. 아무리 흰 옷이 유..
[좋은수필]김치 로스트 비프스튜 / 오정자 김치 로스트 비프스튜 / 오정자 미국에 와서 달라진 게 있다.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는 것이다. 아니, 김치를 먹지 않으면 밥을 먹은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서부터 그야말로 ‘그대 없이는 못 살아’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요즘에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