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1 (1000)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감 / 나스메 소세기 감 / 나쓰메 소오세끼 기쨩이라는 아이가 있다. 매끈한 살갖에 맑은 눈동자를 가졌는데, 볼의 혈색은 다른집 아이들처럼 생기가 없다. 언뜻 보기엔 온통 노르끄레한 느낌이다. 엄마가 너무 귀여워해서 바깥으로 놀러 나가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이 집에 드나드는 미용사가 말한 적이.. [좋은수필]먼곳에의 그리움 / 전혜린 먼곳에의 그리움 / 전혜린 그것이 헛된 일임을 안다. 그러나 동경과 기대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무너져 버린 뒤에도 그리움은 슬픈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나는 새해가 올 때마다 기도 드린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어떤 엄청난 일, 매혹하는 일, 한마디로 .. [좋은수필]로사리오의 사슬 / 나가이 다카시 로사리오의 사슬 / 나가이 다카시(홍성숙역) 내가 결혼을 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삼 년째 되는 해였는데 당시 조수로서 월급이 사십 원이었다. 만주 사변 당시로 물가는 싼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사십 원으로 살림을 꾸려가는 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아내로부터 불평을.. [좋은수필]산새 / 나쓰메 소오세끼 산새 / 나쓰메 소오세끼 대여섯 사람이 모여서 화로를 둘러싸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려니 갑작스레 한 청년이 찾아왔다. 이름도 듣지 못했고 만난 적도없는 전혀 낮선 사나이다. 소개장도 없이 안내하는 사람을 통해서 면회를 청하기에 방으로 맞아들였드니, 청년은 여러 사람 앞에 산 새 .. [좋은수필]거룩한 본능 / 김규련 거룩한 본능 / 김규련 동해안 백암 온천에서 눈이 쌓인 구슬령을 넘어 내륙으로 들어서면, 산수가 빼어난 고원 지대가 펼쳐진다. 여기가 겨우내 눈이 내리는, 하늘 아래 첫 곳이다. 이 고을 어귀에는 높고 가파른 재가 있다. 이 재를 한팃재라 한다. 이 한팃재를 분수령으로 하여 마을 쪽으.. [좋은수필]구두 / 계용묵 구두 / 계용묵(桂鎔默) 구두 수선을 주었더니, 뒤축에다가 어지간히도 큰 징을 한 개씩 박아 놓았다. 보기가 흉해서 빼어버리라고 하였더니 그런 징이라야 한동안 신게 되구, 무엇이 어쩌구 하여 수다를 피는 소리가 듣기 싫어 그대로 신기는 신었으나, 점잖지 못하게 저벅저벅 그 징이 땅.. [좋은수필]백리 금파에서 / 김상용 백리 금파(百里金波)에서 / 김상용(金尙鎔) 고개를 넘어, 산허리를 돌아 내렸다. 산밑이 바로 들, 들은 그저 논 뿐의 연속이다. 두렁풀을 말끔히 깎았다. 논배미마다 수북수북 담긴 벼가 연하여 백리금파를 이루었다. 여기저기 논들을 돌아다니는 더벅머리 떼가 있다. '우여, 우여'소리를 친.. [좋은수필]오월 / 피천득 오월 /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 이전 1 ··· 122 123 124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