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문화산책] 몰입상승 | ||||
"몰입상승이 무슨 말일까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방송 진행자가 던진 질문이다. 생소한 단어다. 잘못된 투자인 줄 알고도 계속 고집을 꺾지 않을 때 '몰입상승'이라 한단다. 설명을 들으며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전화 때문에 아내와 다툰 적이 있었다. 모임에 가 있는 내게 아내가 전화를 했던 모양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휴대폰이 든 저고리를 옷걸이에 걸어 놓고 있었다. 수신모드가 진동이 아니었더라도 질펀한 대화 때문에 전화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었다고 이해를 구했지만 급할 때 쓰라는 휴대전화가 아니냐고 아내는 따졌다. 그 말에, 술 한 잔하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내 목소리도 높아갔다. 그러자 당신은 번번이 그러지 않느냐고 맞섰다. 큰 잘못이 아닌데도 그러니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그 여파로 일주일이나 냉전을 치렀다. 부부싸움이란 늘 별 것 아닌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런 시시한 싸움도 어느 선에서 멈추지 않으면 파탄으로 치닫는다. 그것은 아마 몰입상승 때문일 것이다. 아내가 전화한 것도 화급을 다투는 용무는 아니었다.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는 것을 그저 알리려한 것 뿐이었다. 그러나 내가 전화를 받지 않자 화가 났고, 다시 신호를 보내고, 또 보내고…, 화가 화를 불러 머리끝까지 화가 났던 것이다. 등산 갔을 때도 그랬다. 길을 잘못들어 일행과 헤어지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을 잘못 든 것을 알았다. 그러나 돌아가지 않았다. 걸어 온 만큼의 거리가 아깝기도 했지만, 정상에 가면 일행과 만날 수도 있다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산을 계속 올라갔다. 그러나 정상에 다다르니 일행은 그곳에 없었다. 그들은 하루를 내쳐 걸어야 닿을 수 있는 아주 먼 곳에 가 있었다. 몰입상승은 파탄을 불러온다. 나 같은 사람의 몰입상승이야 혼자만의 파탄으로 그치겠지만 힘있는 사람의 몰입상승은 엄청난 파탄을 몰고 올 것이다. 요즘, 곳곳에서 몰입상승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본다. 그 사람들 때문에 큰 탈이 생길 것만 같아 걱정이다. 그들의 모습에 한숨짓는 가엾은 군상들이 비춰진다. |
출처 : 수필사랑
글쓴이 : 이숙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