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지 / 문인수
독거노인 저 할머니 동사무소 간다. 잔뜩 꼬부러져 달팽이 같다.
그렇게 고픈 배 접어 감추며
여생을 핥는지, 참 애터지게 느리게
골목길 걸어올라간다. 골목길 꼬불꼬불한 끝에 달랑 쪼그리고 앉은 꼭지야,
걷다가 또 쉬는데
전봇대 아래 웬 민들레꽃 한 송이
노랗다. 바닥에, 기억의 끝이
노랗다.
젖배 곯아 노랗다. 이년의 꼭지야 그 언제 하늘 꼭대기도 넘어가랴
주전자 꼭다리 떨어져나가듯 저, 어느 한점 시간처럼 새 날아간다.
'수필세상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시]얼굴/박인희 (0) | 2010.02.09 |
---|---|
[명시]즐거운 편지 / 황동규 (0) | 2010.02.07 |
[명시]황활한 고백 / 이해인 (0) | 2010.02.05 |
[명시]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0) | 2008.11.12 |
[명시]내가 사랑하는 사람/정호승 (0) | 2008.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