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있는 풍경 / 정목일
고교 시절, 산촌에 있는 친구 집에서 사흘을 보낸 적이 있었다.
새벽에 장닭이 “꼬끼오-”하고 날이 밝았음을 알리는 소리가 어찌나 귀에 쟁쟁한지 눈을 뜨고 방 안을 살펴보았다. 한지 방문엔 아직 새벽빛이 물들지 않았다. 아침이면 어미닭이 병아리를 데리고 마당에서 먹이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평화롭기만 했다.
나는 닭띠이나 닭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평생 동안 닭을 그려온 동갑내기 화가가 있어서 그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닭은 볼 때마다 다른 모습과 표정을 보여 신비롭다고 했다. 닭 벼슬, 눈, 부리, 목, 날개, 발에 이르기까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습은 어떤 동물과도 달라서, 그리지 않곤 배기지 못할 매력이 있다고 했다.
요즘엔 시골에 가 보아도 마당에 닭들이 유유히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닭들은 집단 목장에서 사육되고 있다. 조류 독감이 퍼지면 일시에 수만 마리의 닭들이 맥없이 죽고 말아 사육 농가는 큰 낭패를 보곤 한다. 농촌 집집마다 닭을 키우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음을 느낀다.
닭은 새벽을 깨우고 아침을 연다. 모두 잠에 취해 있을 때, 홀로 깨어나 무엇을 말하려는가. 닭의 눈은 침묵 속으로 흐르는 빛을 보고 있다. 닭의 귀는 시간의 숨소리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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