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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4

[좋은수필]단추 / 최장순

단추 / 최장순


 

 

어디로 떨어져나갔을까. 급히 도망치면서 잘라낸 도마뱀처럼. 실마리만 붙어있는 허전한 자리. 사건의 단서를 챙길 실마리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엄마, 단추 떨어졌어요.”

며칠 째 헐겁던 실밥이 풀리며 교복단추가 떨어졌다. 실과 바늘을 챙긴 어머니. 급한 대로 등굣길의 나를 세워놓고 서둘러 단추를 달았다. 혹여 바늘이 목에 상처를 낼까 고개를 젖혔지만, 어머니는 능숙하게 매듭을 짓고 입으로 실을 끊었다. 그때, 훅 풍겨오던 엄마냄새는 어느 향수보다도 좋았다. 어디로든 뛰쳐나가고만 싶었던 사춘기처럼, 단추는 내 몸을 빌려 제 가고 싶었던 곳으로 떠나고 싶었을까. 그러나 나는 어머니 반경 안에 있어 늘 그곳에 달려 있어야만했다. 어머니가 달아주신 그 단추처럼.

마냥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어머니는 두 해 전 영영 떠나셨다. 어머니가 남긴 실마리는 애틋해서. 허전한 자리를 그리움이듯 매만지곤 한다.


너무 조이지도 말고, 너무 느슨하지도 마라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떤 단추일까.

 

길가 망초꽃 하얀 단추가 느슨한 여름 한낮을 단단히 여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