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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5

[좋은수필]보고 싶은 얼굴 / 강춘화

보고 싶은 얼굴 / 강춘화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려니 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신이 없다. 그 중에서도 나에게는 우선적으로 마음이 끌리는 한 사람이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셔서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내 마음속에는 항상 살아 계시는 시아버님이시다. 외동 며느리라고 유난히도 예뻐해 주신 아버님. 생각만 해도 가슴에 사무치는 분이다.

멀리 살고 있는 큰아들네가 다니러 왔다. 아이들 방학도 했고 아들이 또 직장에서 승진도 해서 인사차 들른 것이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할아버지 뵈러 가자고 했다. 아버님은 현재 국립영천호국원에 안장해 계신다. 6.25 참전 용사로 호국원에 모시게 되었다.

국립영천호국원은 나라와 겨레를 위하여 희생한 국가유공자의 충의와 위훈을 기리고 후손들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함양시키는 대구 경북 유일의 국립묘지이다. 아이들과 함께 호국원을 찾아 비록 사진이지만 충령당에 모신 아버님을 뵈었다. 손주들은 얼굴도 모르는 왕할아버지께 엽서를 써서 하늘나라 우체통에 넣는다고 신바람이 났다.

사진 속의 아버님은 언제나 웃으신다. 나는 눈시울을 적셨지만 아버님을 기다렸다는 듯이 인자한 모습으로 우리 애미 왔구나하는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자녀들이 모이면 부담 없이 찾아오는 호국원이다. 깨끗하고 넓은 공간이라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다.

나는 한참 동안 아버님의 얼굴을 바라본다. 금방이라도 가까이 오셔서 손을 잡아 주실 것만 같다.

또 오겠습니다. 아버님.”

인사를 한 뒤 호국원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