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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 시

[명시]겨울 나그네 / 항금찬

 

겨울 나그네 / 항금찬

 

 

기름 난로의 열기는

체온보다 따습다.

 

마주앙 한 잔 따라 놓고

나는 어느 계절의 나그넨가.

 

휘서 디스카우가

슈베르트를 노래한다.

 

나는 그 노래를 들으려고

이곳을 찾는 것이다.

 

노래가 끝나고 잔이 비면

다시 마주앉는 고독

 

밤9시 45분

거리도 잠들어 가고 있다.

 

지금 이 온실을 떠나면

나는 겨울의 방랑인

 

성에 덮인 창을 민다

밤 바람이 나를 맞는다.

 

안녕히 가세요

소녀의 음성은 정답다.

 

삶이란 사랑인가

그리고 주검이란 허무일까?

 

사랑과 허무는 둘이 아니라고

지금에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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