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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 시

[명시]해 / 박두진

 

/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 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싫어-

 

해야, 고운 해야, 뉘가 오면 뉘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에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