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세상/좋은 시

[명시]동행 / 이향아

동행 / 이향아




강물이여,
눈 먼 나를 데리고 어디로 좀 가자
서늘한 젊음, 고즈넉한 운율 위에
날 띄우고
머리칼이  와서 우짖는 햇살
가늘고 긴 눈물과
근심의 향기
데리고 함께 가자
달아나는 시간의 살침에 맞아
쇠잔한 육신의 몇 십부지 얼마,
감추어 꾸려둔  잔잔한 기운으로
피어나리

강물이여 흐르자
천지에 흩어진 내 목숨 걷어
그중 화창한 물굽이 한 곡조로
살아남으리 진실로 가자
들녘이고 바다고
눈먼 나를 데리고  어디로 좀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