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법 /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에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고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뒤에 있다.
'수필세상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시]저녁 강 / 하재봉 (0) | 2011.05.01 |
---|---|
[좋은 시]푸른 곰팡이 / 이문재 (0) | 2010.09.10 |
[좋은 시]못 위의 잠 / 나희덕 (0) | 2010.07.20 |
[좋은 시]사랑의 기술 / 이인주 (0) | 2010.07.19 |
[좋은 시]남사당(男寺黨) / 노천명 (0) | 2010.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