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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 시

[좋은 시]저녁 강 / 하재봉

저녁 강 / 하재봉

 

 

 

겨울의 변방에서 아이들이 불을 지피고 있다.

사랑은 언제 강을 넘어올까. 나는 무심히

물의 중심으로 돌을 던져본다.

 

 

풍광 서러운 겨울강의 오후

흔들리는 갈대잎 사이 지금도 나는 숨어

너를 보고 있다. 바람의 빗으로 머리를 다듬는 너

손톱만큼의 거리를 비워놓고 너의 등뒤에 서서

 

 

마지막. 나는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무시로 강의 이쪽 저쪽 넘나드는 바람이

이 세상에 있는 것 같지 않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칼을 애무했다. 이승의 끝까지

나도 같이 흩날릴 수만 있다면

 

 

제자리에 가만히. 일생의 침묵을 한 겹씩 벗어놓고

나무들이 물 속으로 걸어와 몸을 눕히는 시간까지

움직이지 않는 우리들의 그림자

어둠은 순간. 순간으로 침투해 오면서

 

 

스스로의 무게로 가라앉는 돌처럼

물 깊숙이 너를 가라앉힌다. 들꽃들은

저녁 강 위에 한 떨기 노을로 피어오르고 이제

무엇이 남아 이 강을 홀로 흐르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