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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1

[좋은수필]들꽃을 좋아한 여인 / 윤재천

들꽃을 좋아한 여인 / 윤재천

 

 

 

 

 

사람은 어떠한 형태로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그 과정에서 갖가지 깨달음과 아픔, 포근함을 느끼게 된다.   

사회가 각박해지고 연일 끔찍한 사건들이 다툼이나 하듯 보도되는 현실의 한 편에서도 인간을 이야기하고 인간미를 반추한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속에 사랑으로 깊게 자리한 낭만적 회상과 그리움이 있어서일 게다.   

이럴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이럴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여인은 유난히 눈이 컸다.   

눈이 크면 무서움을 많이 탄다는 말이 그에게도 맞다. 각박한 세상을 스스로의 힘으로 굳세게 살기에 힘겨울 것 같아 보이는 사람이다.  

 눈이 크면 무서움을 많이 탄다는 말이 그에게도 맞다. 각박한 세상을 스스로의 힘으로 굳세게 살기에 힘겨울 것 같아 보이는 사람이다.  

 그런 눈이 어떻게 변해 있을까.   

주름이 어느 정도 잡혔을 것이고 모자라는 시력을 보충하기 위해 눈을 껌벅거리거나 미간을 좁히는 습관이 있겠지만, 그 마음만은 호수처럼 잔잔했으면 한다.   

그는 현란한 빛깔이나 모양의 서양 꽃보다는 들과 시골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들꽃 - 달맞이꽃, 패랭이꽃, 싸리꽃, 망초꽃 제비꽃, 물양지꽃, 도라지꽃을 유난히 사랑했던 사람이다.   

그는 현란한 빛깔이나 모양의 서양 꽃보다는 들과 시골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들꽃 - 달맞이꽃, 패랭이꽃, 싸리꽃, 망초꽃 제비꽃, 물양지꽃, 도라지꽃을 유난히 사랑했던 사람이다.   

국가나 민족의 미래라는 관념적 어휘를 늘어놓는 맹렬 여성은 아니지만, 지극히 우리다운 것을 소록한 마음으로 품어 안을 줄 아는 사람이다. 꺾어서 손에 들고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고개를 낮춰 그 꽃 앞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이다.   

그는 들꽃을 좋아하는 만큼 비를 좋아하고, 비 중에서도 이슬비를 좋아했다. 어떤 특별한 이유와 사연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막무가내로 좋아하고 사랑했다.   나는 이제 그 여인이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은 허상인지도 모른다. 애틋하게 가슴에 지니며 살기 위해서는 이런 사람이 곳곳에 풀꽃처럼 남아 있어야 하고, 이슬비처럼 촉촉이 세상을 적셔야 한다.   

사랑하는 만큼 사랑하고, 가슴에 지닌 무게와 부피만큼 아끼면서 살면 된다. 욕심을 갖는다고 해서 모든 일이 그 열망대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참고 기다리는 일에도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의 싸움을 격렬하게 펴왔다.   

누구를 탓하거나 두둔할 수 없다. 저마다 서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때 세상은 들꽃과 풀꽃이 풍성하고 잃어버린 낭만도 치유될 수 있다.  

 이제, 새삼스러운 열정에 물들 수는 없지만, 인간의 향내를 지닌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눈이 크고, 들꽃을 사랑하며 이슬비를 좋아하던 여인이 생각난 것은 비 때문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