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봄날에 / 황순희
도타운 햇살이 종일 창가에서 앙증스레 놀고 있었는데 어둑어둑 날이 저물자 자운영 피어나는 들판을 적시며 비가 내린다. 저 비가 그치면 앞자락 보리논은 푸르름이 더할 테고 봄은 한층 더 성숙해지리라.
봄은 간사스럽고 자만이 넘치는 애시당초 믿음이라곤 없는 변화무상한 계절이다. 겉모습만 화려한 교활하고 앙큼한 계집애들 같아 나는 이 계절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겨울 내내 건조했던 일상으로부터 비상하는 기분으로 길을 나서 보지만 지천명에 이른 여인의 정서적 고갈 때문일까. 봄에 대한 정한은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고 그저 무감각하게 계절의 한 자락을 붙들고 서성거리 볼 뿐, 꽃을 밟고 있어도 봄이 온 줄 모르는 내가 지는 꽃의 눈물을 어찌 않겠는가. 일출과 일몰의 사진이 확실하게 구분되지 않아 어리둥절 당황해 하는 나는 가고 오은 것, 특히 보내는 것에 익숙치 못해 지금도 겨울이려니, 두꺼운 커튼 한 자락 어딘가에 아직도 겨울이 숨어 있으려니 애써 고집 하다가도 내 환상의 끝에서는 늘 미련한 서글픔에 빠진다.
봄을 흔들며 창가를 적셔 오는 간지러운 빗소리. 그 단조로운 음에 무력한 애 집착의 벽은 여지없이 허물어져 버리고 마음 깊은 골짜기에서 흘러 나오는 강렬한 욕망의 소리를 들으며 오는 봄을 그대로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건 정녕 모반이고 배반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속수무책으로 등 떠밀려 가며 헛된 날을 보낼 것이 아니라 가슴속에 사랑이 넘쳐나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나를 위한 향연을 준비해야겠다. 멍석이 있으면 더욱 좋고 장소는 꽃잎 지는 그늘이면 좋겠다. 그래서 술잔에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생이 참으로 쓸쓸하다는 걸 알게 할 것이고 끝내는 부서지고 부서져서 하얗게 되어 버린 가슴들을 보듬어 안고 행복한 생을 위한 몇 가지를 다짐할 것이다.
모든 대지가 다시 살아나 이 세상이 한 순간 꽃물로 물들여진다 해도 그 뒤에 오는 허무를 안다면 화려한 봄이 진정한 내 것은 될 수 없는 것.
나는 현실을 계산하며 살 줄 모르는, 조금은 철이 덜 든 친구들이지만 다정히 내 이름을 불러 주는 그들을 위해 부드럽고 넉넉한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부틍켜안은 가슴들이 저리도록 그리워 절망의 벼랑까지 간다 해도 오! 정녕 그것은 가치 있는 낭만 아닌가. 사랑하는 사람들아 내 가난한 마음의 빈 잔에 어서 달려와 정 한 사발 가득히 채워 주려무나.
눈으로 보여지는 세상은 모두가 불한하고 빈곤해서 그대들을 불러 모아 이 봄이 흔들리도록 숨수와 진실을 향해 고함쳐 보고 싶다.
도타운 햇살이 종일 창가에서 앙증스레 놀고 있었는데 어둑어둑 날이 저물자 자운영 피어나는 들판을 적시며 비가 내린다. 저 비가 그치면 앞자락 보리논은 푸르름이 더할 테고 봄은 한층 더 성숙해지리라.
봄은 간사스럽고 자만이 넘치는 애시당초 믿음이라곤 없는 변화무상한 계절이다. 겉모습만 화려한 교활하고 앙큼한 계집애들 같아 나는 이 계절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겨울 내내 건조했던 일상으로부터 비상하는 기분으로 길을 나서 보지만 지천명에 이른 여인의 정서적 고갈 때문일까. 봄에 대한 정한은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고 그저 무감각하게 계절의 한 자락을 붙들고 서성거리 볼 뿐, 꽃을 밟고 있어도 봄이 온 줄 모르는 내가 지는 꽃의 눈물을 어찌 않겠는가. 일출과 일물의 사진이 확실하게 구분되지 않아 어리둥절 당황해 하는 나는 가고 오는 것, 특히 보내는 것에 익숙치 못해 지금도 겨울이려니, 두꺼운 커튼 한 자락 어딘가에 아직도 겨울이 숨어 있으려니 애써 고집 하다가도 내 환상의 끝에서는 늘 미련한 서글픔에 빠진다.
봄을 흔들며 창가를 적셔 오는 간지러운 빗소리. 그 단조로운 음에 무력한 내 집착의 벽은 여지없이 허물어져 버리고 마음 깊은 골짜기에서 흘러 나오는 강렬한 욕망의 소리를 들으며 오는 봄을 그대로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건 정녕 모반이고 배반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속수무책으로 등 떠밀려 가며 헛된 날을 보낼 것이 아니라 가슴속에 사랑이 넘쳐나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나를 위한 향연을 준비해야겠다. 멍석이 있으면 더욱 좋고 장소는 꽃잎 지는 그늘이면 좋겠다. 그래서 술잔에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생이 참으로 쓸쓸하다는 걸 알게 할 것이고 끝내는 부서지고 부서져서 하얗게 되어 버린 가슴들을 보듬어 안고 행복한 생을 위한 몇 가지를 다짐할 것이다.
모든 대지가 다시 살아나 이 세상이 한 순간 꽃물로 물들여진다 해도 그 뒤에 오는 허무를 안다면 화려한 봄이 진정한 내 것은 될 수 없는 것.
나는 현실을 계산하며 살 줄 모르는, 조금은 철이 덜 든 친구들이지만 다정히 내 이름을 불러 주는 그들을 위해 부드럽고 넉넉한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부틍켜안은 가슴들이 저리도록 그리워 절망의 벼랑까지 간다 해도 오! 정녕 그것은 가치 있는 낭만 아닌가. 사랑하는 사람들아 내 가난한 마음의 빈 잔에 어서 달려와 정 한 사발 가득히 채워 주려무나.
눈으로 보여지는 세상은 모두가 불한하고 빈곤해서 그대들을 불러 모아 이 봄이 흔들리도록 순수와 진실을 향해 고함쳐 보고 싶다.
'수필세상 > 좋은수필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수필]봄날 만들기 / 심선경 (0) | 2011.04.13 |
---|---|
[좋은수필]전백불(全百不) / 권화송 (0) | 2011.04.12 |
[좋은수필]꽃재 할매 / 홍억선 (0) | 2011.04.10 |
[좋은수필]능수버들 / 원용수 (0) | 2011.04.09 |
[좋은수필]짜장면 /정진권 (0) | 2011.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