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 / 정호경
어시장에 가보면 생선 종류도 많다. 조기, 금풍성이, 민어, 갈치에다 노래미, 우럭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나는 어려서부터 어시장 순례를 좋아했다.
요즘 부쩍 잦은 말은 ‘자연산’이라는 말이다. 채소고 생선이고 간에 자연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있을까만 채소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것이 있고, 생선도 가두리에서 양식한 것이 있기에 그런 말이 생긴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자연산은 값이 비싸다. 양식한 것과 자연산의 생선회 맛이 다르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서울의 삼성제일병원은 산부인과병원으로 이름이 난 곳이다. 다른 종류의 환자들도 있기는 하지만, 병원 복도를 걷다 보면 배가 불룩한 임산부를 많이 만나게 된다. 그 중에는 초산도 있을 것이고 두 번째, 세 번째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임산부가 많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나의 딸도 그 중의 한 자리를 차지하여 입원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뱃속 아이의 발육이 너무 좋아서인지 예정일보다 빨리, 게다가 제왕절개 분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사정이 웬만큼만 여유가 있어도 요즘의 임산부들은 절개분만을 원한다는 것이다.
자연분문일 경우 겪어야 할 진통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과학문명에 너무 의존하다 보면 인간 본래의 순수성은 사라져버리고 결국 인간도 조립식 건축물과 같은, 이리저리 뜯어 맞추는 구조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진통 끝에 얻게 되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자연산 생선을 구경하기 어렵게 된 줄만 알았더니 이러다가는 사람도 자연산(절개가 아닌 자연분만)은 만나기 어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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