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세상/좋은수필 2

[좋은수필]손 / 임만빈

/ 임만빈 

 

 

그날 산등성이 옆 모텔을 사서 공동체 교회를 만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왜 이유 없는 웃음을 웃었을까? 교회와 모텔이라는, 어쩌면 자리를 같이할 수 없을 것 같은 단어가, 두 마리의 타조가 한 둥지에 알을 낳고 같이 품듯, 생뚱스런 조화에 어리둥절해서 지은 웃음일까? 모텔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둡고 칙칙한 감(感)과, 교회라는 단어가 주는 어쩌면 신성한 느낌은, 태생의 근원을 혼자 지키려 하는 본능을 버리고 나누고자 하는 타조의 의미 없는 베풂을 배운 것이라는 것을 이해해서일까? 

 

“제가 교회 일을 하기 전에는 공무원을 했어요. 그래서 수년 전 법원에서 경매하는 조그만 땅을 샀습니다. 아주 싸게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땅은 사용할 수가 없는 그런 땅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내버려 두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아파트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그 땅을 팔라는 겁니다. 아주 비싸게요. 그 땅을 팔아 모텔을 산 것입니다. 그리고 수선해서 공동체 교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손을 본 것은 보일러입니다. 오래된 건물이라 많이 낡았습니다. 그래도 이 손으로 다 했습니다. 보일러도 고치고 벽지도 다시 바르고 장판도 다시 하고….” 

 

그가 손을 내밀었다. 투박한 손, 굳은살이 박힌 손이다. 특히 검지 밑과 새끼손가락 부위의 손바닥이 두터워져 있었다. 손톱은 닳아 짧아져 있고, 때 묻은 검은 선들이 손톱에 세로로 여러 개 그어져 있다. 

 

“저는 이 손을 아주 좋아합니다. 채소밭에 거름을 주다가 똥이 묻어도, 쓰레기를 치우다가 오물이 묻어도, 부랑아 몸을 씻다가 땟물이 묻어도, 씻으면 다시 깨끗해져요. 마찬가지입니다. 부랑자들도 씻어 주면 다시 깨끗해집니다. 저한테 온 부랑자들, 지하철역이나 거리에서 소주병을 베개 삼아 누워 자던 사람들, 그들을 저의 공동체에 데려옵니다. 그리고는 진정한 주님의 마음으로 씻어 줍니다. 그러면 대부분은 다시 깨끗해져요.” 

 

그는 손을 이리저리 살핀다. 손바닥을 보다가 손등을 보다가 손톱을 보기도 한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아침 햇살이 손을 빨갛게 달군다. 어쩌면 가슴도 빨갛게 달구어져 있을지 모른다. 

 

“어떤 사람이 물어요. 부랑자들과 같이 공동생활하면 불편하지 않으냐고요. 그런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 봐요. 처음에는 냄새가 나지만 조금 지나면 전혀 냄새를 못 느끼잖아요. 더구나 방귀 냄새를 생각해 봐요. 남의 방귀 냄새는 역겹지만 자기 방귀 냄새는 그렇지 않고 어쩌면 향긋하기도 하잖아요. 바로 이것입니다. 부랑자들이 바로 나라고 생각하면 그들한테 나는 냄새도 향긋해요.” 

 

그가 찻잔을 입에 대면서 미소를 짓는다. 차의 향기가 부랑자에서 나는 향기인 것처럼 코를 벌름거리며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