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표지판 / 노정숙
나는 등짐 지고 사막을 건너는 쌍봉낙타.
젖비린내와 말똥내가 뒤썪여 울렁거린다. 사람들이 사막에서 풍장을 할 때마다 내 앞에서 내 어린 것을 함께 죽였다. 나는 그들의 표지판이다.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어린 것을 생각하며 가슴이 에인다. 내 눈물을 보며 사람들은 조상의 무덤을 찾지만, 나는 상처에 상처를 더한다.
무시로 떠오르는 그 아픔이 돋아나면 갓 난 새끼를 밀어내게 된다. 대대로 내려온 슬픔에 빠져있을 때 나를 어루만져주는 것은 오직 마두금 가락이다. 낙타풀로 해진 내 몸과 참척의 쓰린 가슴을 어르고 달랜다. 구슬픈 음률 따라 한참 눈물을 흘리고 나면 격렬했던 고통이 한풀 수그러진다. 채이고 부대끼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비칠비칠 다가오는 어린 것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나는 어린 것에게 젖을 물린다.
내 몸은 늘 젖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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