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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3

[좋은수필]트레이드마크 / 박경대

트레이드마크 / 박경대


 

 

 

정치인 H씨는 빨간 넥타이가 트레이드마크이다. 그가 새로운 트레이드마크로 될지 모를 눈썹문신을 한 모습으로 등원하여 동료 의원들로부터 많은 인사(?)를 들었다. 여성들의 전용물인줄 알았던 문신을 하게 된 사연이 딱하게 들렸다.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인한 후유증으로 눈썹이 빠져 시술하였다니 정치도 만만한 직업이 아닌 것 같.

개성이 강한 예술가들, 또한 자신을 알려야하는 정치인과 연예인들은 특별난 모습으로 타인의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독창적인 방법으로 알리는 것과 알려지는 도구들을 트레이드마크라고 하는데, 일종의 상표이다. 그 수단은 주로 장신구를 사용하지만 수염이나 머리카락처럼 신체의 특징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옷을 선택한 분은 항상 흰색 옷을 입고 다니셨던 패션디자이너 K선생이 있다. 그런가하면 어깨에 고양이 장난감을 붙여 다니는 행위예술가도 있다. 또한 원로 수필가 Y선생은 팔순이 넘었으나 늘 청바지에 베레모를 즐겨 쓰고 다니신다.

그런데 때로는 결점을 감추기 위하여 사용된 것이 트레이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진가 C선생은 몇 년 전부터 베레모를 가끔 쓰셨다. 모자 쓴 모습이 어떠냐고 물으시기에 잘 어울린다고 말씀드렸더니 그 다음 부터는 늘 쓰고 다니셨다. 식사 때는 물론이고 더운 날에도 벗지 않으셨다. 모자가 무척 마음에 드시나보다 생각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정수리 부근의 머리가 많이 빠져 벗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명한 가수 K씨도 작은 흉터를 감추기 위하여 길렀던 코밑수염이 그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트레이드마크는 하나 쯤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정치인 K씨는 흰 두루마기와 턱수염, 활력 넘치는 행동으로 한국은 물론이고 외국에도 많이 알려져 있기에 트레이드마크 덕을 톡톡히 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개성과 상징이 중요함에도 요사이는 얼굴 생김새의 특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성형수술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에 큰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직장, 결혼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성형을 하고 있다. 그런 붐을 타고 방학이면 수술을 받으려는 학생들로 병원이 북적거린다니 이 하나 뽑는 것도 겁내하는 나로서는 그 용기가 놀라울 뿐이다.

한국의 성형수술이 뛰어나다는 소문이 해외로까지 알려져 많은 중국여성들이 수술을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귀국할 때 여권과 다른 얼굴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해본다.

일반인들에게도 유행병처럼 번지는 성형 열풍이 연예인들이야 오죽할까. 그러나 예전부터 얼굴을 잘 알고 있던 배우가 눈, , 입술, 턱 까지 심하게 고쳐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수술을 하고 나올 때면, 예전의 정감을 느낄 수가 없다. 그중 몇 사람은 전보다 더 나빠 보이는 경우도 있다.

병원이 무슨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도 아닌데, 얼굴만 보면 어느 병원 작품인 것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우스개로 하는 말이겠지만 고개가 끄떡여진다. 그렇게 눈은 누구, 코는 누구처럼 하며 고치다보면 개성이 없는 똑같은 얼굴들이 되지 않을까.

요즘은 젊은 연예인들이 모두 비슷비슷하게 생겨 누가 누군지 알기 어렵다. 고만고만한 인물들이 화장하고 머리에 색 색깔로 물들이고 나오니 구별하기가 정말 힘 든다. 연예인이 되지 않아 언제라도 알 수 있는 내 아이들이 고마울 정도이다.

한때는 나도 수염을 길러볼까 했는데, 아내는 직장을 마치고 기르라고 반대를 하였다. 직장을 그만두니 이젠 딸이 결혼한 후에 하기를 원 하였다. 딸애는 시집을 갔으나 이제는 내 자신이 기르고 싶은 생각이 없다. 몇 년 전, 외국에 있을 때 조금 길러보았더니 얼굴에 온통 흰 수염뿐이라 너무 늙어보였다. 그 옛날 과감하게 수염을 길렀더라면 지금쯤은 어울리는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을 터인데……. 아쉬움이 남는다.

얼굴에 , 단점이 없는 모 가수를 보면 기부천사라는 말이 가장먼저 생각난다. 누가 자신을 보고 천사라고 한다면 조금은 쑥스럽고 부담스럽겠지만, 얼마나 행복할까. 나도 남들처럼 그런 훌륭한 트레이마크를 가져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