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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3

[좋은수필]눈 물 / 임만빈

눈 물 / 임만빈





중환자실 한쪽에서 여인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누워있는 환자는 보호자가 우는지도 모른 체 식물같이 꼼짝 않고 있다. 침대 앞에는 뚜껑도 열리지 않은 죽 그릇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여인은 죽을 코를 통해 위(胃)속으로 들어간 호수 줄에 넣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자꾸만 눈물을 흘리고 있다. 눈물 속에는 많은 사연이 담겨 있을 것이다. 어렸을 적 아버지와 만들었던 기억들, 좋은 기억도 있고 애달픈 기억도 있을 것이다. 눈물을 흘리는 순간에는 순진함 만이 있을 뿐이다. 수 천 번 신 앞에서 기도하는 것보다 그 앞에서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 더 가치 있다 하지 않는가?
인간이 감정을 느끼는 것은 대뇌 피질(皮質)쪽이나 거기에 대한 반응은 피질하(皮質下)에서 이루어진다. 피질은 뇌간(腦幹)을 둘러싸고 있는 변연계(邊緣系), 즉 해마(海馬), 부해마(副海馬), 대상회(帶狀回), 시상하부(視上下部), 안와전두회(眼窩前頭回), 유두체(乳頭體), 전시상부(前 視上剖) 등이 주요 역할을 한다. 피질 쪽에서 느낀 감정은 피질하 조직인 시상하부에 전달되고 이곳에서 교감(交感) 및 부교감(副交感) 신호를 뇌간에 있는 여러 뇌신경(腦神經)의 핵(核)으로 보낸다.
눈물은 98%가 물이고 그밖에 약간의 단백질, 전해질 및 당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눈물샘에서 만들어 지고 눈알을 적신 후 누소관(淚小管)을 거쳐 콧속으로 분비된다. 각막(角膜) 표면을 매끄럽게 하고 이물질을 씻어내며 광학적 기능을 유지토록 한다. 당분과 산소를 공급하고 항균작용을 한다.
사람이 슬픔을 느끼면 변연계의 뇌에서 감지하여 신호를 시상하부에 전달한다. 시상하부의 부교감신경 섬유는 안면신경 핵에 전달하고 이는 안면신경의 부교감신경을 따라 눈물샘에 전달되어 눈물을 흐르게 한다.
요즈음 나는 자꾸만 눈알이 껄끄러워짐을 느낀다. 눈물샘이 마른 듯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 애달픈 환자들을 보아도 눈물이 흐르지 않고, 불쌍한 사람을 보아도 눈알이 촉촉해지지 않는다. 내가 아팠던 시절, 이제는 환자를 내 몸같이 여기리라고 다짐했던 기억이, 안개 속에 흔들거리는 등잔불처럼 희미하다. 다시 눈물을 흘려야겠다. 그래야 눈물을 흘리는 자의 아픔을 이해할 것이 아닌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 아니라 식물처럼 누워있는 자의 옆에서 흘리는 저 여인의 눈물 같은, 그런 순수한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래야 환자가 나이고 내가 환자라는 사실이 재인식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