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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5

[좋은수필]별에 대한 명상 / 정목일

별에 대한 명상 / 정목일

 

 

 

순간을 보는 것이지만 영원을 만나는 것이다.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마를 대고 눈동자를 본다. 첫 대면이지만 그리운 존재이다. 그리움의 끝일 듯싶지만 이제 시작이다.

무심코 바라보는 순간, 몇 만 광년 전에 떠났던 별빛이 눈동자 속으로 들어온다.

지금 이 눈 맞춤 한 번을 위해 나는 이미 오래 전에 태어나 이 순간을 맞이한 것일까.

적이 일어났지만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영원을 보았지만 무심코 스치고 만다.

생애에 단 한 번 있을 소중한 순간들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간다.

그대는 몇 등성의 별이기에 하늘 속에서도 찾을 수 없나. 수많은 별들 중에 보이지 않는 하나의 별을 찾아본다. 끝없음을 바라봄으로써 영원의 얼굴을 만나려는 것인가.

내 별은 가시영역可視領域 밖에서 반짝이고 있다

별들은 우주 허공에 떠돌며 불타야 하는 처절한 운명, 잠시의 안식과 휴식도 허락되지 않는다. 자신을 태워야 하는 끔찍한 형벌을 어찌 아름다움이라 할까.

어둠에 갇힌 포로이다. 어둠에서 벗어나려는 결사의 항거이다. 자신을 불태우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칠흑 같은 망각의 밧줄에 칭칭 감겨 있다.

색깔의 탄생의 비밀과 소멸의 때를 알게 해준다. 별들의 탄생과 소멸은 누가 주재하는가.

우주의 먼지가 뭉쳐져서 별이 태어나는가. 먼지의 입자는 무엇이며 인간의 입자는 무엇인가.

별을 알고자 한 열망에서부터 인간의 한계는 무한으로 확대되고 영원의 통로를 찾게 된 게 아닐까. 하늘과 교감하고, 신비와 경이가 눈앞으로 다가온다.

별은 지상의 한계에서부터 천상의 시간과 공간에 다리를 놓아 준다. 하나의 징검다리가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다. 별과 연관시킴으로써 생사초월을 꿈꾼다.

도시엔 공해로 맑은 하늘을 바라볼 수 없다. 별을 잊은 현대인에게서 경이와 신비와 영감은 사라졌다. 별은 언제나 상상 밖에서 인간이 가질 수 없는 꿈을 영원 속에 펼쳐 보일 뿐이다.

현대는 어둠을 잃었다. 밤이 없으니 어둠도 사라진 것이다. 별의 고향은 어둠이다. 어둠이 없으니 별이 빛나지 않는다. 어둠 속이어야만 별을 만날 수 있다. 별을 상실한 밤, 어둠을 잃어버린 하늘은 영원을 바라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