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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5

[좋은수필]미남은 여자를 모른다 / 박문하

미남은 여자를 모른다 / 박문하

 

 

 

우리는 불행을 싫어하고 슬퍼한다. 그러나 만일에 이 세상에 불행이 없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나는 가끔 하는 때가 있다. 괴테는 눈물 속에서 빵을 먹어 보지 못한 사람은 참다운 행복과 인생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말하였지마는 행복이란 참으로 불행을 체험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림속의 떡과 같이 그 진미를 깨닫지 못하는 법이다. 어쩌면 행복이란 불행 속에서 싹트는 진주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노자는 불행은 행복 위에 서고 행복은 불행 위에 눕는다고 말하였으며 또 인간이 불행하다는 것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모르는 까닭이다라는 말도 했다.

갑자기 중병에 걸리어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한 달 동안 누워 있었던 사이에 많은 벗들이 문병을 와서는 근년에 닥치는 내 불행한 일들에 대하여 모두들 위로를 하여주는 것이지마는 정작 내 자신은 그 불행이라는 것이 이제는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고 도리어 이러한 불행을 통하여 내가 여태까지 외면하고 살아온 인생을 차츰 정시正視할 수가 있게 된 것을 무한히 감사하고 행복하게 생각한다.

많은 여성들에게서 쉽게 사랑을 받고 있는 미남자는 정작 여자와 그 사랑에는 무식하다고 한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도 주는 것이 한층 귀중한 사랑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한 여자를 위하여 자기의 모든 것을 바치고 그 위에 또 실연의 고배까지를 마시어 보지 못한 사나이는 진짜로 여자가 어떤 것인지 사랑이 무엇인지를 잘 모른다. 그러하기 때문에 남자를 잘 아는 경험 많은 여자에게는 미남은 멜로드라마 같아서 맛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미남들처럼 흔히 세상에서 행복하다고 불리는 사람들 중에는 인생이 무엇인지 삶이 어떤 것인지를 모르고 살아가는 무감각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골동품 애호가들 사이에 전해오는 말이지마는 골동품이란 것은 다만 자기의 돈과 노력으로 사 모으는 것만으로써는 그 진짜의 값어치를 잘 모른다고 한다. 모처럼 애써 산 그 물건을 돈에 몰려서 딴 사람에게 팔아넘길 때 비로소 정말로 골동품을 보는 눈이 열린다고 한다. 이와 같이 인생도 얻었을 때보다는 잃었을 때, 홍복할 때보다도 불행하였을 때 비로소 인간 개안開眼과 함께 참다운 행복이 손길이 가만히 우리 마음의 창을 두드려 주는 것이다. 나는 지금 병상에 누어서 가장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