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설(理屋說)/ 이규보
오래되어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낡은 행랑채 세 칸이 있었는데, 나는 부득이 그것을 수리하게 되었다. 그 중 두 칸은 비가 센 지 오래 되었는데, 나는 그것을 알고도 어물어물하다가 미처 수리하지 못한 것이고, 다른 한 칸은 한 번밖에 비를 맞지 않았지만 이번에 같이 수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수리하고 보니, 비가 센 지 오래된 것은 서까래, 추녀, 기둥, 들보가 모두 썩어서 못 쓰게 되어 경비가 많이 들었고, 한 번밖에 비를 맞지 않은 것은 재목들이 모두 완전하여 다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경비가 적게 들었다.
나는 이에 느낀 것이 있었다. 사람의 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잘 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곧 자신이 나쁘게 되는 것이 마치 나무가 썩어서 못쓰게 되는 것과 같으며, 잘못을 알고 고치기를 꺼리지 않으면 해害를 받지 않고 다시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 저 집의 재목처럼 말끔하게 다시 쓸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라의 정치도 이와 같다. 백성을 좀 먹는 무리들을 내버려두었다가는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고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그런 연후에 급히 바로잡으려하면 이미 썩어 버린 재목처럼 때는 늦은 것이다. 어찌 삼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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