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폴드가의 낙엽 소리 / 전혜린
사람마다 외국에 대한 반응이 귀국 후에 다르다
극도로 동화되어서 외국인의 생활 내지 사고 방식과 다른 점이라곤 외모를 제외하고 개무(皆無)해지는 사람으로부터 극단적인 (그리고 돌발적인) 학문 순수주의를 맹신하게 되며 외국 사상에 불타게 되어진 사람까지 그 위앙스는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대게는 그 중간 지대 - 외국의 나쁜 점을 비판하고 자기 나라의 좋은 점을 새삼스럽게 발견하는 한편 그와 반대로 외국의 좋은 면을 시도하는데 있어 인색하지 않는 평범한 지대에 머물게 되리라 생각된다.
나도 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스물 두 살 때 온갖 공상과 정열을 가지고 뛰어들어 갔던 완전한 미지의 나라, 릴케나 괴테나 베토벤을 통해서밖에 몰랐던 거대한 나라를 약 5년 살아 보니 그것은 내가 소녀 때부터 공상해 온 나라와는 전혀 아무 관련도 없는 나라였음을 놀라움을 가지고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실망이라고는 말 헐 수 없다. 그렇다고 전적인 찬미도 물론 아니다.
내가 본 독일은 아직도 너무나 패전의 그늘이 무겁게 그리워있는, 그리고 그 이후의 미국적 상황에 놀랍게도 독일의 개성을 구라파 어느 도시에서나 마찬가지로 없애 버린 나라였다.
청소년의 옷차림인 불루진, 밥 먹기보다 좋아하는 재즈, 광적인 가두의 춤, 생각하기룰 싫어하고 소비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서 돈을 벌 생각만은 어려서부터 철저히 지니고 있는 아주 비감상적인 현실파가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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