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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 시

[명시]과일가게에서 / 최영미

 

과일가게에서 / 최영미

 

 

사과는 복숭아를 모르고

복숭아는 포도를 모르고

포도는 시어 토라진 밀감을 모르고

 

이렇게 너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왔지만

어느 가을날 오후,

부부처럼 만만하게 등을 댄 채

밀고 당기며

붉으락푸르락

한 세상 아름다워지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