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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 시

[명시]바하를 들으며 / 김성춘

 

바하를 들으며 / 김성춘

 

 

 

안경알을 닦으며 바하를 듣는다.

나무들의 귀가 겨울쪽으로 굽어 있다.

우리들의 슬픔이 닿지 않는 곳

하늘의 빈터에서 눈이 내린다.

눈은 내리어 죽은 가지마다

촛불을 달고 있다.

聖마태 수난곡의 一樂句.

만리 밖에서 종소리가 일어선다.

나무들의 귀가 갈아앉는다.

今世紀의 평화처럼 눈은 내려서

나무들의 귀를 적시고

이웃집 그대의 쉰 못소리를 적신다.

불빛 사이로

단화음이 잠들고

누군가 죽어서

지하층계를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