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 정해종
모친상 때도 눈물 흘리지 않던 내가
毒氣가 나를 밀어간다고 믿는 내가
어쩌다 말이다, 어쩌다 나른함에 겨워
긴 하품 늘어놓을 땐 찔끔 눈물이 난다.
환멸은 상처보다 독하고
권태는 피로보다 슬프다
이따금씩 세면대에 쏟는 코피보다
수분 90% 염분 10%의 찝찝한 액체
이 내용 없는 최루가 더 슬프다
아흐레쯤 밋밋한 날들이 이어지다
열흘에 한 번쯤 정신이 아찔해지는
1할의 소금기 같은 것을 맛보는
그래서 손 털고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앉아 또다시 패를 기대해 보는
중독된 나의 일상이 더욱 슬프다
슬퍼서 눈물이 나는 것도 아니고
눈물이 나서 슬픈 것도 아닌데
하품할 때마다 자꾸 눈물이 난다.
일상은 죽음보다 슬프다.
'수필세상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시]봄 밤 / 이면우 (0) | 2010.05.06 |
---|---|
[명시]봄의 불꽃 / 안재진 (0) | 2010.05.05 |
[명시]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0) | 2010.05.03 |
[명시]젖은 편지를 읽다 / 노태맹 (0) | 2010.05.02 |
[명시]벚나무는 건달같이 / 안도현 (0) | 2010.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