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세상/좋은 시

[명시]눈물 / 정해종

 

눈물 / 정해종

 

 

 

모친상 때도 눈물 흘리지 않던 내가

毒氣가 나를 밀어간다고 믿는 내가

어쩌다 말이다, 어쩌다 나른함에 겨워

긴 하품 늘어놓을 땐 찔끔 눈물이 난다.

환멸은 상처보다 독하고

권태는 피로보다 슬프다

이따금씩 세면대에 쏟는 코피보다

수분 90% 염분 10%의 찝찝한 액체

이 내용 없는 최루가 더 슬프다

아흐레쯤 밋밋한 날들이 이어지다

열흘에 한 번쯤 정신이 아찔해지는

1할의 소금기  같은 것을 맛보는

그래서 손 털고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앉아 또다시 패를 기대해 보는

중독된 나의 일상이 더욱 슬프다

슬퍼서 눈물이 나는 것도 아니고

눈물이 나서 슬픈 것도 아닌데

하품할 때마다 자꾸 눈물이 난다.

일상은 죽음보다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