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편지를 읽다 / 노태맹
자귀나무 붉은 그늘 아래
늙은 소 묶어놓고 연못가
내 둥글게 구부리고 잠들었네
거친 세월이 가고
커다란 바위 같은 천둥 내 잠 속으로 떨어져 갈라지고
자귀나무 검은 그늘 아래 문득 잠깨었을 때
연못은 여린 짐승처럼 온 몸을 뒤틀며
붉은 자귀꽃 뱉어내고 있었네
늙은 소 어디론가 사라지고
자귀나무 붉은 그늘 아래
내 누구의 사랑도 아니었을 때
내 손에 젖은 편지 들려 있었네
검게 번져 읽을 수 없는
버릴 수 없는 젖은 편지 들려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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