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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 시

[명시]치정 / 이 인 주

치정 / 이 인 주

 

 

 

위태한 전율은 아름답다

 

눈부신 내 몸 깊숙이

악성 바이러스를 숨긴

꽃씨주머니가 있다

붉고 푸른 꿈들이

팽팽하게 부푼 꽃씨주머니

탁, 터질 때

한 송이의 아름다움에 달라붙는

점조직의 트로이목마바이러스

뿌리에 침투하여 어느새 꽃봉오리 속에

불쑥 고개를 내민다 딩동딩동

본색을 감춘 털이 숭숭한 침략자

노란 민들레를 붉은 장미를 하얀 백합을

무차별로 잡아먹는다 삐뽀삐뽀

러브포이즌페로몬에 감염된 벌레

만화방창 꽃밭인 내 몸이

허옇게 말라버린 뻘밭이 될 때까지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끈적끈적한 애인이여

위험한 꿈의 숙주인 나의 죄는 얼마나 큰가!

피가 달고 살이 보드라운

독극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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